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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나열하거나 범주화 하는 것이 어렵다, 아니 불가능하다. 장르며 분야며 할 거 없이 꿰뚫을 수 있는 공통점을 여전히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좋아할 수 있는 것들에 전제는 떠올려 볼 수 있었다. 바로 고유성이다. 대사가 착착 감기거나, 영상이 멋지고, 카메라를 잘 비추거나, 색채, 리듬, 구성, 뭐든 어디서 본거 같은 존재들은 통 내가 좋아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
자연스럽게 내가 싫어하는 건 흉내내는 것들로 귀결된다. 소재나 구조 방식에서, 그리고 예술이 아닌 작은 일상 속 물건에 이르기까지 말이다. 창작은 모방에서 시작된다고 하지만 모방 자체가 목적이 된 물건들은 내 마음을 잡아 이끌 수가 없다. 특히 대놓고 모방한 걸 자기가 만든 것인양 원형이라고 주장하는 것을 가장 참을 수가 없다. 모르는 사람이 보면 그게 그거지 싶은 부분을 파고드는 싸구려 모방. 정리하다보면 나는 나만의 ‘무언가’를 하고 싶은 인간이구나 싶다. 그래서 내가 좋아하는 것들, 가지고 싶은 것들은 이렇게 가지기가 어려워서 허덕이고 있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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