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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1

어김없이 로또가 실패했다. 혹자는 말한다. 자신이 일주일의 첫 날에 로또를 사는 이유는 일주일 내내 설레기 위함이라고. 그것이 자신만의 행복의 루틴이라고.
당첨되면 무얼할까. 일 당장 때려칠거야. 어떤 차 사지. 아무도 모르게 조용히 잠수를 타고 서울로 갈거야. 상상만으로도 즐거운가보다.

돈이면 다 되는 세상.
돈의 노예가 되는 세상. 불공평하고 불공정한 세상. 돈이 어마어마한 가치를 가지는 세상. 부자를 꿈꾸는 세상. 돈으로 행복을 갖는 세상.
자본주의사회에 살아가는 우리는 돈 없이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의 가치는 돈으로 살 수 있는게 아니라는 주문을 외우지만 돈으로 누릴 수 있게 되기도 한다. 돈으로 만들어지기도 한다.

아빠는 세상에서 가장 더러운 건 돈이라고 했다.
인간을 바닥까지 데려갈 수 있는 것도
손바닥 뒤집듯 뒤집는 것도 돈이라고.
애를 쓰면 세어나가고
바닥을 기고 있으면 한모금 고개들면 한웅덩이 주어지는 그런 것.

노력 없이 얻을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나약한 인간은
꿈을 꾼다.
내 돈 주고 로또를 사진 않지만 누군가에게 로또를 선물 받으면 그렇게나 기분이 좋고 반갑다.

단 오천원으로 그런 기분을 전할 수 있는 선물이
지금 세상에 또 있을까.
돈이 더럽다 하면서도 아빠는 매주 로또를 사고
세상 욕심 없을 것 같은 친구도 알고보니 종종 로또를 사고 있던데.
인 생 한방에 회의적인 나는 그런 감정을 들여다본다.
나 진짜 될거라고 생각하나. 사실 아닐거다.

희망이 때로 인간을 끝없이 초라해지게 만든다.
희망이 인간을 구원하기도 죽이기도 한다.

초라해지지 않기 위해
덜 초라하기 위해
반갑고 재밌는 마음 까지만 들여다본다.

에라이 더러운 세상.
어쩌냐 돈 벌러 가야지.

(4.4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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