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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고

(현작)
책을 읽었다. '라면을 끓이며.' 김훈의 수필집이다. 나도 쓰고자 한다. 나와 라면에 대해.

물 400ml를 끓인다. 면과 스프를 넣는다. 바로 계란을 넣는다. 콩나물 같은 건 안 넣는다. 이는 범죄다.

계란 위에 면발을 포갠다. 계란을 휘저으면 안된다. 이는 범죄다. 2분만 끓인다. 그러면 꼬들면이 된다. 계란은 반숙이 된다.

그릇에 담는다. 김치를 곁들여 먹는다. 나의 라면 레시피다. 나는 늘 이렇게 먹는다.

별거 없다. 레시피라 할 수도 없다. 하지만 인정 받았다. 친구에게. 애인에게. 엄마에게. 그리고 아빠에게.

맞고 컸다. 아빠에게. 그래서 정을 못 느낀다. 맞은건 오래전 일이다. 하지만 벽은 여전하다. 나는 아빠가 어렵다. 엄마보다 싫다. 아빠도 내가 어렵다. 나보다 누나를 더 아낀다. 다만 내 라면은 좋아한다. 내가 끓인 것만 먹는다. 감탄을 연발한다. 그때만 인정 받는다. 그때만 칭찬 받는다.

그래서 난 좋다. 라면을 끓여주는게. 인정 받을 수 있으니까. 칭찬 받을 수 있으니까.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아빠 라면 먹을래?"

라면을 넘어서고 싶다. 더 큰 것을 나누고 싶다. 아빠랑.

(퇴고)
책을 읽었다. '라면을 끓이며.' 김훈의 수필집이다. 나도 쓰고자 한다. 나와 라면에 대해.

물 400ml를 끓인다. 면과 스프를 넣는다. 바로 계란을 넣는다. 그 위에 면발을 포갠다. 계란을 휘저으면 안된다. 이는 범죄다. 나는 꼬들면이 좋다. 2분만 끓인다. 그러면 꼬들면이 된다. 계란은 반숙이 된다. 그릇에 담는다. 김치를 곁들여 먹는다. 나의 라면 레시피다.

쉽다. 별거 없다. 레시피라 할 수 없다. 하지만 인정 받았다. 친구에게. 애인에게. 엄마에게. 그리고 아빠에게.

맞으면서 컸다. 아빠에게. 손과 발로. 골프채로. 그래서 정을 못 느낀다. 맞은건 오래전 일이다. 하지만 벽은 여전하다. 나는 아빠가 어렵다. 엄마보다 싫다. 아빠도 내가 어렵다. 나보다 누나를 더 아낀다. 다만 내 라면은 좋아한다. 내가 끓인 것만 먹는다. 희한한 아빠다. 감탄을 연발한다. 그때만 인정 받는다. 그때만 칭찬 받는다.

그래서 좋다. 귀찮지 않다. 라면을 끓여주는게. 인정 받을 수 있으니까. 칭찬 받을 수 있으니까. 먼저 제안하기도 한다. "아빠 라면 먹자"하고.

라면이 있어야 한다. 매개체가 있어야만 한다. 그래야 관계가 성립된다. 부자관계가. 없으면 안된다. 그냥 남이다. 이런 관계도 가족일까.

라면을 넘어서고 싶다. 더 많은 것을 나누고 싶다. 더 큰 것을 나누고 싶다. 아빠랑.

(6.3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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