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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2
가장 쉽다. 편하다. 돈으로 해결되는 문제. 잘못 거슬러 준거스름돈은 두 배로 돌려주면 끝난다. 정말 간단하다. 집들이 간식. 축의금도 그렇다. 하루 전에 취소해야 하는 호텔도 그렇다. 어차피 못 가는 여행이면 여행이 취소 수수료 아무리 있어도 기꺼이 지불한다. 미납된 고지서. 반납 데드라인 지난. 비디오와 만화책도. 연체료를 내는 순간 문제는 해결된다. 아무리 봐도. 돈이면 직빵.
돈으로 가질 수 없는 것. 다른 말로. 돈 없어도 가질 수 있는 것. 예컨대 네 마음, 관계, 걱정, 음악 같은 것. 돈은 갖기 힘들다. 언제라도 없다가. 있다가 없다가. 없는 셈 칠 순 없지만 돈이 없어도 내가 해야 할 것은 남아있다. 날 지킨 약속. 내가 할 수 있는 것. 마치 러닝처럼. 너랑 하는 밤 산책. 지금은 시간도 돈으로 굳이 산정하지 않기로 한다.
취준생. 돈이 궁했다. 월급 받는 생활을 간절히 원했다. 돈만 벌면 하등 쓸데없는 이딴 고민은 하지 않으리! 근데 막상 돈 버니까 달랐다. 쉼. 취미 하나 없던 나. 매주 보는 예능, 단골 식당, 즐기는 날씨나 그 어떤 취향도 없는 말 그대로 무향무취 인간이었다. 어쩜 하나도 없다니. 꾸준히 하거나 먹거나 웃는 그 무엇이. 돈이 뭔지. 돈이 없어도 날 지켜주는 건 뭐였지?
깨달았다. 내 우산 찾기. 소나기를 대비해 우산을 챙겨 다니듯 나도 내 시간에 할 일을 찾아야 했다. 날씨와 방향. 나침반은 바뀐다. 그럼에도 대체로 행복하기 위해 마음먹는 언제든 행복해질 내 우산을 챙겨야 했다. 일 없어도 되는 내 취미들. 일과 돈을 빼더라도. 나를 지켜줄 나와의 약속을 꼭 만들고 싶었다.
요즘. 매주 운동 간다. 돈 있으면 피티 받다가도 없으면 혼자서 러닝이나 어떻게든 운동할 수 있다. 즉 건강은 어떻게든 챙길 수 있다. 어쨌든. 난 여전히 할 게 있다. 연필만 있으면 일기를 쓸 수 있다. 꼭 고급 아이패드에 안 써도 되잖아. 믿는다. 지켜온 내 매일 습관은 내 경제적 환경이 바뀌어도 나를 지켜줄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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