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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2
전 결혼이 하고 싶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은 없지만, 결혼은 하고 싶습니다.
사주를 보러 갈 때면, 항상 물어봅니다.
"저 결혼은 할 수 있을까요?"
어릴 적엔 운명 같은 사랑을 믿었습니다.
혼자 상상으로 로맨스 드라마도 한 편 썼고요.
조건보다 사람의 됨됨이를, 배경보단 가치관을 보던 시절이었습니다.
편견 없는 무한한 사랑도 청춘의 특권이라고 생각합니다. 비관주의자로 비춰질 수 있으나, 현실이 그러한 것 같습니다. 결혼을 위한 사랑을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사랑을 위한 결혼을 하고 싶었는데. 통계청에 따르면 23년 혼인 건수는 95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결혼을 미루며 연령이 높아지고, 아예 하지 않기도 한다네요. 이러한 추세의 배경에는 경제적 부담과 주거 문제가 크다고 합니다.
돈이 없으면 사랑도, 결혼도 쉽지 않은 시대가 도래한 것입니다.
자수성가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는가 봅니다.
일단 같이 살며, 함께 헤쳐 나갈 수 있는 사회는 이제 없나 봅니다.
'이 사람, 번듯한 직장 다녀.'
'돈 잘 번대.'
'이 사람 차 있어.'
'이 사람 집 있대.'
소개를 받을 때 들었던 말입니다.
그 말을 들으며 참 씁쓸했습니다.
'나는 번듯한 직장은 아닌데.'
'난 돈 그럭저럭 버는데'
'난 차 없는데'
'난 집도 없는데'
매력 어필을 위한 말이었겠지만, 그 말들은 오히려 제게 족쇄로 돌아왔습니다. 마치 사회에서 그러한 조건을 갖추지 못하면 더 이상 사랑을 찾으면 안 된다는 것 같기도 했습니다. 결혼하기 위해서는 내 명의의 집, 내 명의의 차, 결혼할 때 척척 보태줄 수 있는 노후가 준비되어 있는 부모님이 있어야만 가능하다는 듯 보였습니다. 전 그만큼의 능력도, 돈도 없는데 말이죠.
그래서 포기했습니다.
결혼을 아마 다음 생에 하지 않을까요.
이번 생엔 사랑보단 살아남는 게 우선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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