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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2

한여름. 35도. 가만히 있어도 땀이 흐르는 후덥지근한 공기에 저절로 흐물거린다. 뜨거운 날씨에 목 끝까지 차오르는 숨에도 기어이 동전을 모아 나갈 채비를 하며 하늘 위로 날아가는 상상을 한다.

빨간 돼지 저금통. 짤랑. 학교 근처 공터에 우두커니 서 있는 트램펄린은 아이들을 맞이한다. 주말마다 열리는 방방 파티는 일주일 용돈으로 이천 원 받는 아이들의 가슴을 뛰게 했고, 꼬깃꼬깃 접은 지폐와 손때 묻은 동전을 모아오게 했다.

한 시간에 천 원. 마구 뛴다. 풀쩍. 흘러내린 땀은 하얀색 반팔 티셔츠를 흠뻑 젖게 했고 아이들의 땀 냄새로 시간은 차곡차곡 쌓여갔다. 곧 있으면 저녁밥 먹을 시간일 텐데 빨간색 주황색으로 물들어 가는 하늘을 뒤로한 채 조금만 더, 조금만 더 뛰면 안 될까? 아이들의 웅성거림이 가득 찬다.

짤랑. 오십 원 두 개. 짤그랑. 추가 십 분에 이백 원이라 아직 백 원이 모자란다. 한 시간 내내 방방, 하고 뛰다 보니 주머니에서 떨어진 동전들이 발바닥 밑에 있을 것만 같다. 있어라. 제발 있어라. 혹시나 모랫바닥에 떨어진 건 아닐까? 이미 새카매진 손톱에 모래를 가득 끼운 채 바닥을 훑으며 돈을 찾는다. 엄마가 말했다.

“땅 파 봐라 돈 나오나. ”

맞다. 땅 파 봐라 안 나온다. 돈이 그리 쉽게 얻어지는 것이 아니기에 보물 상자처럼 나올 것 같은 땅을 두드려도 나오는 거라곤 떨어진 실핀 하나. 너무해. 그냥 좀 주지. 발로 뛰고 땀 흘려야 나오는 돈. 아침 여덟 시에 출근해 정신없이 이동하고 일하고 저녁 열 시에 들어와 티셔츠에 눅눅하게 베여버린 땀을 짜면 돈이 나온다. 나왔다. 땀 한 방울에 천 원짜리 한 장.

고작 5평도 안 되는 초록색 천막 아래에 있는 스프링 놀이터는 어린아이의 짤짤이를 모으게 했고, 고작 5평도 안 되는 소중한 내 방을 지키려 사회에 뛰어든다. 성인이다. 해야 한다.

내 통장 속은 숫자가 지워졌다가 쓰인다. 모난 부분 없이 부드럽고 아주 자유롭게 굴러갈 것 같은 동그라미들은 이 세상에 공기처럼 떠다니다 참 잘했어요, 스티커처럼 붙는다. 철썩. 접착력은 기대 말라. 있다가도 없다. 동그라미 속에서 착실히 굴러가는 나라는 굴렁쇠는 오늘도 내 통장 속 포도알 스티커를 모으기 위해 데굴데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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