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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듬2

저는 일년반동안 sns를 끊고 일에 집중했습니다
여태 다양한 일들을 해왔지만 전부 단순한 돈벌이로 생각을했지
평생의 업이나,정말 하고싶어서 선택한 직업은 없었던 나에게 이번 직업은 남달랐습니다
하루에 열두시간,주 1회 휴무를 했는데
일하는 시간이 이렇게 짧게 느껴졌던 일은 처음이었어요
그만큼 노동의 강도도 높긴 했습니다 첫 삼개월은 퇴근하고 집에오면 그대로 뻗어 잠들고
일어나면 출근하기의 반복이었으니까요
이번에 취직하기 전에는 큰 사고를쳐서 2억이라는 빚도 생겼고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다다라서 일년가까이 병원 생활을 했었던 제게 이 일을 시작한건 어쩌면 희망적이었습니다 육체적으로 힘드니까 잡생각도 덜하고 그만큼 하루도 빨리 지나가니까 내심 즐거운 마음이었습니다

물론 그렇다고 그동안 아무 걱정없이 무탈하게 지내온건 아닙니다

부끄럽지만 저의 근황에 대해 좀 더 이야기 해보려합니다
겉으로보기에는 한달에 이백만원씩 꾸준히 빚을 갚고 있었고 향후 진로도 현재 하고있는 일쪽으로
생각하고있었지만 늘 공허하고 외로웠습니다

저는 삶을 지속하게하는 원동력이나 이유따위가 명확히 필요한 부류의 인간입니다

때문에 근간이 텅 비어있으니 아무리 열심히 뭔갈 쌓아올려도 곧 무너질 모래성처럼 위태로움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사소한 일들에도 쉽게 상처받고 흔들렸습니다 사랑을 믿고싶고 사람을,세상을 믿고싶었지만 그동안 수많은 실패의 경험들이 저를 폐쇄적으로 만들었던 것 같아요
나는 혼자다,아무도 나를 구원할 수 없고 세상은 비정하다,스스로 해나가야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친구들도 만나지않고 sns도 멀리하며 지냈던 것 같습니다 그동안 그 정반대의 인생을 살아봤기 때문에 이제는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했어요

가장 최근까지만해도 머릿속에 “힘들때만 찾아오는 새끼들 다 구했어 그게 난 분했어 난 왜 안구해줘”라는 최성의 가사를 자주 곱씹으며 지냈습니다
정말 내가 사랑하고 의지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왜 아무도 나에게 사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지 왜 나만 이곳에 방치하는지 속으로 원망을 많이했습니다 물론 표현을 안하니까 그들은 아무것도 몰랐을겁니다

와중에 간절했던건 다름아닌 일년가까이 보낸 정신병원에서의 생활이었습니다
거기는 정말 세상의 끝 같았어요 아픔도 없고 고민도 없는 평화 그 자체였었거든요
거기로 돌아가고싶었어요 그곳에 가면 아무 걱정없이 주는 약만 먹고 영원히 쉴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제가 퇴원할때 의사가 했던 말이 있었습니다 이곳에서의 생활도 중독이라고
살아가며 힘들때마다 이곳에서의 생활을 떠올리며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이 많다고
근데 그게 반복되면 결국 제자리라고 그러니 나가면 다시 들어오지 말라고

그래서 저는 속은 썩어가면서 이도저도 못하고 버티는 삶을 살고있었습니다 다시 술도 마셨지만 그걸로는 부족했나봅니다

최근에 도박에 손을 댔습니다 처음엔 돈을 벌기위함이아니라 일종의 재미었습니다 삶의 낙이 없던 제게 자극을 줬으니까요
그러다가 습관이 됐습니다 중독된거죠
돈을 다 잃어버리고나서는 연락도 끊고 지내던 지인들에게 돈을 빌려서 또 하고있더라고요

얼마전 그 금액을 계산해 보니 몇달간 제가 지인들에게 빌린돈만 삼천만원이더군요
금액도 금액이지만 아까 말했다시피 저는 친구들이 다 저를 버렸다고 생각하고 마음의 문을 닫은 제가 부끄러움도 없이 도움을 청하면서까지 그 큰 돈을 빌려서 도박을 했다는게
충격이었습니다

돈을 빌리다가 거절당했을때 기분이 상하지 않았습니다 중독되어서 그런걸 신경 쓸 겨를도 없었고
또 거절당하는게 당연한 세상이라고 여기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여전히 아무 대가없이 단순히 제가 힘들다고 빌리려는 금액보다 훨씬 큰 돈을 그냥 주던 사람들,본인도 돈이 부족한데 어떻게든 만들어서 빌려주던 사람들,갚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던 사람들,
더 도와주지 못해 미안하다던 사람들도 있더라고요
많은 사람이 도움을 거절했지만 또 많은 사람이 저를 도와주었습니다

나는 이제 그 가치를 포기했는데..

그래서 정신을 차리고 도박을 끊었습니다
현재는 저에게 그냥 돈을 주었던 사람들의 채무까지 빠른 시일 내로 정리 될 예정이에요

돈을 빌려주면 빌려줬지 빌려본 경험이 없었던 제게 이번 경험은
정말 많은 것을 깨닫게 했습니다
저는 돈 빌리는 일이 이렇게 어려운 일인줄 처음 알았고
돈으로 인해 이렇게 다양한 인간 군상이 있다는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결론은 여전히 저를 믿어주시고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포기했던 그 가치를 다시 믿어보고싶습니다
가까운듯 먼 그 자리에서 저를 좀 더 지켜봐주세요
돌이켜보면 제게 최근 일년반의 시간은 과도기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충분했습니다 저도 어느덧 삼십대네요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진심으로,진실로 살아가겠습니다

늘 미안하고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11.6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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