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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루다

집에서 키우는 강아지가 죽었다.
엄마 품에서 한 순간에 그냥 죽어버렸다.
목이 꺾이고 아래쪽에선 분비물이 나오고 몸이 아파 항상 흐릿했던 초점은 아예 흔적을 잃어버렸다.
그러다가 휙 죽어버렸다.

어떻게든 살아있는 얼굴을 보고 싶어서 심장부분을 꾹꾹 눌렀는데
몇 번 경련하는게 끝이였다. 죽음이란 게 이런 건가.
그게 끝이였다. 그 한순간이 끝이였다.
시체가 누워있는데
그냥 자는 것 같았다.
그걸 만지고 품에 안고 쓰다듬었다.
처음에는 온기가 있어서 아직 내 곁에 있는 것만 같았는데
차가워지기 시작하니까 내가 알고있던 그 친구는 이제 없다는 걸 알았다.
머리가 멍했다.
아직 자고 있는 것 같은데 내 눈에는 아직 자는 걸로 보인다.
근데 손을 뻗어 만지면 실감이 난다.

이제 보지도 못할텐데 어제 하루종일 옆에 붙어서 귀찮게 할걸 그랬다.
맨날 죽은듯이 누워 있다가 오늘 왠일로 자기에게 오라고 짖던데 눈치채고 작별인사라도 하고 산책도 시켜줄 걸 그랬다.
품에 폭 안고 계절이 이렇게 바꼈고 풍경이 이렇게 펼쳐지고 있다는 걸 눈에 담아줄걸
이게 마지막이였으면 좋은 거 보게 해줄걸
좀 더 기뻐할만한 행동을 해줄걸
더 사랑을 담아줄걸

그냥 후회투성이다. 되돌아가도 지키지 못할 후회를 하고있네
다시는 강아지 같은 거 키우지 말아야지
또 후회하고 미안해 할 게 뻔하니까
실감이 안 나서 작별 인사, 쉽게 했는데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후회할 일들만 가득이야
더 잘해줄 걸 그랬고 아프지 않게 보살펴줄 걸 그랬어
그냥 난 후회투성이야

(3.8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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