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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루다

겨울에서 봄으로 너머가는 계절 사이.
늘 걷던 산책길 봄같은 바람이 머리카락 사이로 들어온다.
고개를 든다.
괜히 울고싶은 기분.

시린 겨울 바람이 말했다.
“정신차려. 울지마. 견뎌내. 곧 봄이 올거야. 그때까지만 조금만 더.”

봄바람이 말한다.
“괜찮아. 울어도 돼. 내가 왔어.”

다정함은, 부드러움은,
곧고 단단한 것들을 이긴다.
따뜻한 건,
시린 것들을 녹인다.

‘녹지 않을거야
절대 부서지지 않을거야’
꼭꼭 다짐한 마음도 손 쓸 틈 없이 풀어지게 만든다.

봄바람 같은 사람이면 좋겠다 생각한다.
꽁꽁 감싼채 걷던 나그네의 외투를 벗게 만들 수 있는 사람.
햇살바람이 좋은 날,
잠시 멈추고 바람을 걷는 풍경을 느낄 수 있게.
그런 햇살이 스민 바람같은 사람.
낮은 언덕에 부는 미풍같은 사람.

냄새도 온도도 따뜻하다 느껴지는 봄바람.
올해는 좀 울고싶게 느껴지는건 내 마음이 슬픈걸까.
그 사람 때문일까.

봄이 와 부는 바람이 그 사람을 건들이길 바라며
다시 마주칠 수 있을까 기대한다.
그려보게된다.

멀찍이 혹시 봄바람에 웃고 있다면,
‘다행이다’ 왈칵 쏟아질 수도 있겠다.

여전히 옷을 꼭 닫은채 앞만보고 걷고 있다면,
그 사람에게 난
봄바람같은 사람일까
겨울바람같은 사람일까.

(3.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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