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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루다
내가 사랑한 것들은 언젠간 날 울게 만든다.
큐리가 만 7년을 살다 어느 날 갑자기 내 곁을 떠났다. 2주쯤 되었는데, 꿈에 며칠 나오더니 안 나온다. 7년 살다 보내도 이렇게 슬픈데, 앞으로 닥쳐올 수많은 이별이 벌써 막막하다. 부러 의식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종종 튀어나오는 것까지는 막을 방법이 없다. 어릴 때는 슬픔을 잘 느끼는 법을 몰라서 신경질을 막 부렸다. 좀 커서는 약한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일부러 담담한 척했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지금도 똑같다. 압도당할 바에는 회피하는 것 같다. (레전드 회피 발동~!)
나는 너무 사랑하는 존재가 생기면 감당하지 못할 슬픔을 대비해 미리 이별을 생각한다. 작은 일에도 쉽게 속상해하고, 슬퍼하고, 불안해하고, 사랑해 버리는 나를 지키기 위한 방어기제였다. 물론 못되게 행동한다든지, 일부러 매몰차게 굴지는 않는다. 그냥 혼자 먼 미래에 다가올 이별을 생각하며 '어떻게 하면 덜 슬플까' 마인드 컨트롤하는 거다. 잃고 나서야 후회스러웠다. 돌이켜 보면, 이렇게 잃은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런 생각 할 시간에 뽀뽀 한 번 더 해줄 걸. 내가 큐리를 사랑한 것보다 큐리가 날 사랑한 게 더 클 것이다. 나에게 큐리는 나를 차지하는 큰 부분이었고, 반면 큐리의 세상은 나였을 테니. 그렇게 생각하니 사무치게 미안했다.
‘미안해’ 하고 사과할 대상을 잃는다는 건 참 허망한 일이다. 물론 어쩔 수 없다는 사실도 잘 안다. 그렇지만 나는 내가 잘못했다는 걸 받아들이고 미안하다고 표현하는 걸 배운 지 얼마 안 됐는데, 놓친 것들이 나에게 기회 좀 주면 안 되려나. 안 될 걸 잘 알지만, 그냥 한 번 해본 소리다. 그렇지만 다시 기회를 준다면 그러지 않을 텐데.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뻔하지만 결론은 하나다. 있는 것들에게 잘하자 ^_^~!
이제 곧 서른 살인데, 사회화를 막 배우는 것 같다. 부서졌다가 붙었다가 하며 끊임없이 재창조되는 과정 속에 있는 기분이다. 내가 감정적으로 무던한 편이라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나 보다. 답이 정해져 있는 것도 아닌데 어느 정도까지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사랑해야 할지, 우울해해야 할지 늘 고민한다. 다들 이렇게 사는 걸까? 앞으로는 그냥 현란하게 사랑하고, 꽹과리 치면서 울어야겠다.
이별을 먼저 생각하는 건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고 기아 타이거즈 나성범 씨가 그랬다. 역시 똑똑한 사람이라 역대 연봉자가 되는 걸까?
나도 연봉 몇십 억 벌고 싶다. 다음 생엔 4번 타자로 태어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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