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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한 명만 빼고.”

저도 안 자랄 줄 알았는데요.

정신 차리고 보니 성인이네.

몇 년 뒤면 앞자리가 바뀔까 봐, 아득바득 만 나이로 우겨봅니다. 정신연령은 똑같은데 나이만 먹는다는 게 얼마나 무서운 일인지...

늦둥이 막내로 태어나서 평생 내가 막내일 줄 알았는데, 거기다 빠른 년생이라 친구들보다 한 살 어려서 정말로 진짜로 평생 막내일 줄 알았는데, 이제는 챙겨야 할 사회적 동생들이 생길 나이가 됐습니다.

저는 제가 평생 교복 입을 줄 알았습니다.
 해가 지나더라도 저는 안 바뀔 줄 알았습니다.
 평생 친구들과 웃고 떠들 줄 알았고, 친구들 보고 싶으면 볼 수 있을 줄 알았고, 학교 앞 포장마차는 평생 그 자리를 지킬 줄 알았고, ‘생활비’라는 걸 걱정하는 날이 올 줄 몰랐고, ‘신용도’라는 게 생길 줄 몰랐고, 김밥 한 줄이 3,500원 하는 날이 올 줄도 몰랐습니다.

최근 ‘아, 내가 나이를 먹긴 했구나’라고 느낀 시점은, 부모님과 잔소리를 하는 입장이 바뀌었을 때네요. 어릴 땐 엄마의 잔소리가 그렇게 듣기 싫었는데. 이런 기분이구나. 이제는 제가 엄마한테 잔소리합니다.

단 거 너무 많이 먹지 마라

너무 짜게 먹지 마라

밤에 군것질 좀 그만하고

아프면 병원 좀 가라

먹자마자 눕지 마라

일찍 자라

물론 남들이 보면 제가 아직은 어린 나이일 수 있지만, 늦둥이의 부모님은 어린 나이가 아니라서요. 독립을 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이분들을 두고 나가는 게 너무 불안불안하기도 하고.

좋아하는 미국 드라마에서, 주인공 일행의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시는 회차가 나옵니다. 그 아버지의 장례식장에서 ‘아버지가 나에게 남긴 마지막 말’에 대한 게 나옵니다. 예고도 없이 갑자기 돌아가셨는데, 마지막 말이 뭐가 있을까요. 저는 지금 이 순간에 생각한다면 오늘 새벽에 말씀하신 “배고프긴 한데 그냥 자는 게 맞겠제”겠네요.

사건사고가 많은 요즘, 부모님뿐만 아니라 모두가.

언제가 마지막일지 모르는 삶을 살면서, 매 순간 좋은 인상을 남겨주고 싶습니다. 괜히 한 번 심술냈다가 평생 후회하고 싶진 않으니까요. 심술 낸 날이면 제발 다음에 만회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싹싹 빕니다.

네. 피터팬과는 전혀 딴얘기입니다.

사실 주제 받고 기권 적어낼까 한참 고민했습니다.

아니 내가 쓸 수 있는 문장이 단 하나도 없잖아...

전혀 답을 모르겠는 시험지에 교수님을 향한 장문의 어필을 하듯이 핑계만 200자 채우고 말려다 뭐라도 끄적여봅니다.

(6.2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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