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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1.
재산깨나 있는 독신남은 아내가 꼭 필요한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보편적 진리이다. 적어도 헨리의 삶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의 반짝이는 두 눈 사이에 솟아있는 반듯한 콧날, 말씀하게 풀을 먹여서 다린 옷, 잘 관리되어 희고 고운 손과 윤기 흐르는 머리카락은 주변의 어느 여인들도 눈을 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건의 발단은 -언제나 그렇듯- 금요일 밤이면 열리는 메리 부인의 호사스러운 파티에서 시작됐다. 젊고 부유한 남자들이 한껏 멋을 부려 모인 그 날에도 그의 존재감은 숨길 수 없는 것이었다.

2.
모든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한 모양새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불행의 이유가 다르다. 그리고 각각의 불행 요소가 몇 가지씩 엮이는 순간 삶은 더 확정적인 불행을 향해 나아간다.
태현의 삶도 다를바 없었다. 한때는 잘 나갔던 건설 사무소가 망한 뒤 술을 마신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린다는 뻔한 흐름으로. 그 망할 삶이라는 건 빛이 아니라 어둠을 향해 가지를 뻗는다. 더 단단하게 벗어날 수 없도록.
태평하게 진로를 고민하던 삶은 한순간에 끝났다. 태현은 어떻게 하면 이 불행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만 생각했다. 그때쯤부터 그의 장래희망은 남들 하는 것은 다 해볼 수 있는 삶이었다.

(3.1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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