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수정하기

첫 문장

모든 아이들은 자란다, 한 명만 빼고.
엄마에게 내가 영원히 자라지 않는 아이이듯, 나에게도 엄마는 영원히 머무르는 어른인 것 같았다. 그런데 엄마가 자란다.
만 20살에 처음 사업을 시작했다.
똥인지 오줌인지 뭔지도 모를 나이였다. 근무하던 학원이 망했다. 배움은 강제로 끝이 났지만 자본주의 세계에서는 아니었나보다. 난 매달 나가는 카드값 70만원을 벌어야 했다. 그래서 시작한 사업이었다. 내가 사업을 할 수 있을까? 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정신 연령이었기에 가능한 시작이었던 것 같다. 결론적으로 혼자 하진 않았다. 엄마가 대단히 많은 부분을 도와주셨다. 철없는 첫째 딸의 뒷바라지 이상으로, 사업 파트너로 함께 했다. 그 7년 동안 나는 나 혼자 성장한 줄 알았다.

엄마가 나와 함께 자랐다.
엄마가 창업을 하겠다고 한다. 사실 어느정도 내가 떠넘긴 부분도 있지만, 낭만적인 꿈도, 현실적인 이유도 있겠지만 아무튼 내가 하는 것을 엄마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못할게 뭐냐 사실! 엄마가 다양한 부분을 전담해주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는거고 내 쇼핑몰이 건재한거다. 그럼에도 속으로 헉, 했다. 엄마가? 이걸 할 수 있을까? 라는 마음이 컸다. 엄마의 창업은 나에게 미지의 영역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는 엄마에게 수능 공부를 배웠다.
모든 과목을 배우진 못했지만, 당시 사탐 파트를 엄마에게 배웠다. 옷 입는 것도, 한글도, 초등학교 공부도, 중학교 공부도, 고등학교 공부도. (심지어 재수했다.) 엄마가 진담 반 농담으로 "너는 내가 언제까지 가르쳐야 해?"라고 했다. 난 엄마는 원래 다 아는 줄 알았다. 실은 엄마도 같이 공부를 해서 나를 가르쳤던 것인데.

소나무는 한 자리에서 300년을 자란다.
좋아하는 말인데 잠시 잊고 있었다. 엄마 이름으로 사업자를 내는 것만으로도 걱정되고 불안한데 엄마는 7살짜리 나를 학교에 어떤 마음으로 보냈나, 싶다. 나도 아마 영원히 자라겠지.

(4.8매)

1

0

이전글
다음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