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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재산깨나 있는 독신남은 아내가 꼭 필요할 것이라는 점은 누구나 인정하는 보편적인 진리이다.
아내는 지금도 내 팔짱을 끼고 웃고 있다. 사람들은 아내를 내 장식품쯤으로 여길 것이다. 아내는 적당한 웃음과 완벽한 옷차림으로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솔직히 말해 여기서 장식품은 나일 것이다. 아내는 결혼한 이후부터 모든 것을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갔다. 침실부터 식탁, 거실에 놓인 물건들 중 내 취향은 하나도 없다.
그러나 말하지 않는다. 아내와 싸워본 적이 없기 때문에 싸우는 방법조차 잊어버렸다. 내 집도 원래 내 것이 아니었다. 조부모님께 물려받은 집이니 어렸을 적부터 '손대지 말라'는 말을 지겹도록 들었다. '손대지 말라'는 습관이 되었다. 나는 내 집에서 그 무엇도 마음대로 만지지 못하는 바보가 되었다.
바보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피곤하다고 말하고 자리를 비웠으니 오늘의 일은 아내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무작정 택시를 탔다. 라디오 DJ가 노래를 소개했다. 윤종신의 '배웅'. 전주 흐르고 가사가 시작되었다.
'머나먼 길 떠나는 사람처럼'
가사의 주인공은 나와 같았으나, 그와 달리 나는 갈 곳이 없었다. 택시는 빠르게 달렸으나 내 시간은 천천히 흐르고 있었다. 어떤 생각을 떠올릴 새도 없이 음악은 꺼졌다.
나는 지나간 가사 한 구절을 속으로 중얼거리며 따라불렀다.
"내가 지쳐 변하지 않도록 내 자신에게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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