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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모든 행복한 가정은 다 비슷한 모양새지만, 불행한 가정은 제각각 불행의 이유가 다르다. 진심은 덜 익어서 서럽다. 또 그만 진심이었다.

헤어짐은 종료라 생각했다. 그의 의지와 무관하게 둘은 헤아졌지만 다시 그때로 돌아가도 그는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사실 두 사람 모두 미웠다. 끝내 밉다. 지금도 증오한다. 이쪽에서는 평소에 하지도 않던 요리를 앞치마 두르고서까지 하고, 그의 이모는 떨어진 머리카락 다 줍기 전까지 집에 가지 마라 혼냈다. 돈이면 해결된다는 마인드에 맞서 마음을 묶지 않으려 해도 차가운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건 엄청 무서웠다. 저쪽에서는 이쪽이 싫지 않냐며 이간질했다. 저쪽은 이쪽이 왜 나쁜지 욕하기 바빴다. 이쪽과 저쪽 사이 심한 말들은 줄지 않았다.

그는 왜 둘 싸움에 껴야 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기안 84는 태어난 김에 산다는데 그도 태어났으니 살아내는 거지 그리 살고 싶진 않다. 본인들이 사랑할 땐 언제고 지금 와서 그를 왜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서로 싸우고 담임에게 쟤가 먼저 시비 걸었다고 일러바치는 초등학생 꼴이 영 우습다. 그가 뭔 잘못이 있어 둘 간 풀지 못한 앙금을 해결해내야 할지.

헤어짐은 영영 끝인 거라 생각했다. 이리도 질기다니 끝은 있는 게 맞나? 도로에 있는 차들의 끝과 처음은 없다는데. 영원한 끝도 시작도 명확하지 않다면 우리에게는 멈춤 버튼만 있나. 시작처럼 느껴지는 것도 언젠가 우리 모르게 구석에서 시작되고 있었나 보다 그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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