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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4월, 맑고 쌀쌀한 날이었다. 괘종시계가 13시를 알렸다. 스무 살이 되자마자 하루, 이틀, 한 달 달력에 엑스를 그으며 이날만을 기다려왔다. 드디어 심판의 날이다.
첫 친구를 사귈 때쯤 학교에서 나를 둘러싼 이상한 이야기가 돌았다. ‘쟤, 눈만 보면 괜히 기분이 찝찝한 것 같아.’, ‘얘 앞에선 이상하게 말이 막혀. 분명 좋아했는데, 말하려다가 자꾸 멈추게 돼. 들킨 것 같아.‘ 이상하지. 정말 이상하다. 그 소문이 퍼진 후 어느샌가 내 주위에 사람이 오질 않았고, 심지어 안대를 쓰고 다니는 아이까지 생겼다.
그때부터 어렴풋이 알고 있었다. 눈을 바라보면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성인이 된 해 생일날, 13시가 되면 생일인 성인들이 자리에 가만히 서서 햇빛을 내려주는 하늘을 향해 눈을 감은 채로 고개를 젖혀 올려본다. 그날이 평생에 한 번 있을 심판의 날이다.
4월 23일. 눈을 뜨자마자 깨끗하게 씻고 펑퍼짐한 파란 티셔츠와 녹색 배기 팬츠 사이 나름 다정해 보이는 흰옷을 골라 입었다. 13시 10분 전. 호흡을 가다듬고 눈을 감아 따스한 햇살을 맞았다. 마음을 읽는 능력, 평생을 괴롭혀 온 그 능력을 하늘이 내 눈앞에 보여줄 시간이다.
댕.
댕.
댕.
[ 마음을 숨겨주는 능력 ]
큰일이다. 왜 나한테 이런 능력이...
이러면, 이러면 나...
또 혼자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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