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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
피할 수 없었다.
쓴 아몬드 향기는 언제나 그에게 보답 없는 사랑의 운명을 상기시켰다.
알싸하고도 매캐한 향,
그것은 생명을 해칠 의도를 가진 것처럼 느껴졌다.
조심스러운 눈빛을 지녔고, 말끝에는 늘 주저함이 맴도는
아몬드 향기의 그녀는
그를 다정히 바라보았고, 그의 손을 오래 잡았다.
그는 뒷걸음질쳤다.
사랑받는 것이 두려웠고,
언젠가 끝날 것을 먼저 예감했다.
그리고 어느 날,
그녀는 조용히 사라졌다.
남은 것은, 공기 중에 희미하게 떠다니던 그 향뿐이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는 알았다.
그 아몬드 향은 그녀가 아니라,
자신에게서 나고 있었다는 걸.
사랑을 두려워하며 먼저 마음을 닫았던,
자기 안에서 독이 퍼져 나온 것이었다.
그와 그녀는,
그저 사랑하고 있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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