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먹어도 다섯 개가 남는 손가락은 화장실에서 건포도가 된다
습한 화장실에서는 달짝지근한 피비린내가 나요
물보다 진한 것은 피가 아니라 피보다 진한 것이 물
물의 성질을 가진 것들은 하나
피를 말리면 진한 눈물 자국이 있다
세면대에서 건포도의 기억을 봤어요
곱고 투명해서 훤히 들여다 보였죠
발가락이 일곱 개였어요
수분이 다 날아가 건포도가 질겨지는 시간 동안
사랑하는 이의 눈자위를 생각하며
나의 손가락 주름을 쓰다듬게 되는 것이다
엄마의 시간은 언제 말라?
엄마의 실루엣은 화장실에서 늘 주저앉아 미끄러지고
내려앉은 주름과 갈라지는 운명의 갈래를 어떻게 견뎠어?
창밖엔 일요일에 널린 주름진 그림자가 양팔을 벌리고 있다
엄마의 여섯 손가락은 품
무고한 엄마의 여섯 개의 건포도를 물고 뜯고 씹고 맛보며
빨래가 메말라가는 방식으로 숨쉬는 법을 배워요
주름은 접히는 방식으로 삶을 기억한다
엄마는 축축한 화장실 바닥에 누워서 나를 쓰다듬는다
왼손은 엄마의 주름진 얼굴
건포도처럼 찡그린 채다
입안이 온통 달짝지근해 삶은 끈적하고
웅크린 것들의 하루는 언제 눈을 감나
살만 맞닿아도 위로가 될 수 있더라
화장실 바깥에 우뚝 핀 나무처럼
튼 살을 가진 엄마,
내가 왼손잡이였다면 오른손은 주먹을 덜 쥐었을 거야
왼편에서부터 오른쪽까지 직진으로 사랑하는 법만 알아
짓눌린 건포도를 만질 때마다 오른편은 무겁고 왼편은 묵묵하다
세면대에 있었다
내 살갗만으론 다 알지 못했던 날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