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구마
바알간 아궁이 숯불 속 꺼져가는 불꽃 타닥거리던 열정도 타오르던 어머니의 젊음도 사그라든지 오래 어머니의 삶을 대변하듯 거칠거칠 굽디굽은 인생처럼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나뭇가지로 삶을 헤집는다 마른 꽃봉우리가 피어난 어머니의 관절 그 다 져버린 봄으로 한꺼풀 한꺼풀 벗겨내는 건 당신의 젊음을 집어삼키고 당신의 인생을 겨울로 몰아낸 나에게 당신이 건네는 사랑 겨울 속에서도 봄을 찾는 당신이 봄에게 건네는 모성
등록번호 : 100070
이 시는『流』 님이 쓴 것입니다. 작가 프로필 보기(클릭 이동)
●작가의 한마디:
"모성이란 무엇일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모성을 주는 어머니와 그 모성을 받는 나의 관계를 고민했습니다. 몇년 전, 저는 어머니의 삶은 제가 구속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지금 버는 돈을 나에게 쓴다는 것 자체가 자신의 편안한 노후가 아닌, 한 치 앞도 모르고 불완전한 나에게 하는 도박같다 생각했고, 저를 낳고 기름으로써 어머니가 포기한 인생과 포기할 기회를 곱씹었습니다. 내가 태어남으로 인해 엄마의 삶이 황폐한 겨울이 된 게 아닐까? 나는 엄마의 꿈, 청춘, 젊음을 먹고 자라는 존재가 아닐까?를 고민하던 중 어머니께서 따끈하게 구운 고구마를 건네주셨습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나를 선택한 것임을 느꼈습니다. 제가 느꼈던 감정들을 시에 녹여내 볼 수 있게 노력했습니다. *** 안녕하세요? 막상 하고 싶은 말을 하자고 하니 잘 떠오르지 않습니다. 다들 평안하신지요? 평안하시다면 좋겠습니다. 혹여 그렇지 않다고 답하신 분이 계시다면, 지금 겪고 계신 시련이 지나가기를, 그로 인해 더욱 성장하시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시는 잘 읽으셨나요? 어렸을 때는 세상을 바라보고 제 시야를 저만의 언어로, 세계로, 시로 나타내는 게 즐겁고 숨 쉬듯 자연스러운 과정이었는데, 수능을 위하여 달려오는 과정 속 제 호흡을 잃은 느낌입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다시 숨 쉬는 방법을 조금이나마 깨우친 것 같습니다. 시에 관해서 설명을 제출하긴 했지만, 사실 시라는 게 진짜 개인의 감상에 달린 것 아니겠어요? 정답과 오답으로만 갈리는 세계에서 자신이 오롯이 느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황홀한 일입니까! 까다롭게 분석하고 외우는, 틀에 박힌 시가 아닌, 스스로 읽고 느끼고 구성해가는 시였길 바랍니다. 모쪼록 잘 즐겨주셨길 바라며 이만 글 맺겠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행복한 한 해 되세요!"
●인스타그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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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류작가님, 시 한 편 잘 읽었습니다. 저도 한 때 작가님과 같은 생각을 한 적이있습니다. 부모님이 나에게 건네는 것은 너무나도 많은데, 이렇게 받기만해서 될까, 나로인해 삶을 뺏기는것은 아닐까,,, 하면서요 약간의 경험을 풀어보자면 자기소개서에 부모님에 관한 이야기를 쓰다가 펑펑 운 적도 있습니다. 이 큰 사랑에 보답하는 것 자체가 너무 큰 부담이었고, 애초에 이 자체가 제가 이해할 수 없는 어떤 류의 선택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작가의 말 속 '어머니는 어머니의 삶을 포기한 것이 아니라, 나를 선택한 것임을 느꼈습니다.'라는 말이 더 크게 와닿았던것 같습니다. 얼마나 엄청난 일입니까!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뒤바뀔걸 알면서 하는 선택이라니! 도박과도 같은 도전입니다. '당신의 인생을 겨울로 몰아낸 나에게 당신이 건네는 사랑'이자, 겨울 속의 봄과 같은 누군가에게 건네는 정성이 담긴 고구마. 이를 서슴없이 내어줄 수 있는 모성이란 대체 무엇일까요. 하나의 고구마와 같은것일까요? 밤고구마 호박고구마 황토고구마 등등 다양한 종류가 있지만, 모두가 똑같이, 울퉁불퉁 거칠거칠한 표면을 벗겨내보면 노오랗고 조금 퍽퍽한, 그리고 달콤한 속내를 숨기고있습니다. 그런 고구마에게 스스로가 노오란 속내의 일부분이 될 수 있다니, 생각해보면 이만한 행운이 또 없는 것같습니다. 이제야 모성을 온전히 받아들이는 방법을 터득한 느낌입니다. 감사합니다. 89일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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