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구색 하늘을 움켜쥐었다
하늘은 종종 눅눅했고 가끔 딱딱했다
만세,
손가락 사이로 부는 바람은 자주 검었다 희었다 했다
자주빛 구멍이 커졌다 작아졌다
색은 자주 움직여 나는 쉽게 웃음을 터뜨렸다
대체로 붉은 것들이 연해지는 순간이 있다
그것들은 빠르게 바래다, 얇아지다,
결국 부서지고는 했다
부서진 조각들을 묻을 곳이 없어 나는 조각을 움켜쥐고
낱말들을 맞추고는 했다
굳은 앨범을 뛰쳐나왔다
회색 나무 사이를 하염없이 뛰었다
긁힌 자국마다 물든 것들은 쉽게 흘러내렸고
뒤돌아보고나서야 표지가 늘 열려있었다는 것을 알았다
사진을 마주 덮어두면 함께 바래는 줄 알았는데
바랜 건 하나 뿐이었고
네가 검정이 되어서야 내가 아주 작았던 순간을 기억해
내 세상은
온전히 여전히 네 색으로 가득하다
등록번호 : 100084
이 시는『이오』 님이 쓴 것입니다.
작가 프로필 보기(클릭 이동)
●작가의 한마디:
"여러분의 세상은 무슨 색인가요?
태어나서 처음 기록된 색은, 어머니의 얼굴일 것입니다.
어머니의 검은 머리카락, 살구색 피부, 자주색 입술. 우리는 모두 저마다 어머니의 색을 보고 자라왔고, 어느새 그 색을 보면 또 엄마를 떠올리기도 합니다. 하지만 색은 항상 바래가고, 그렇지 않을 것 같다가도 엄마가 더 이상 옆에 없는 순간은 반드시 오고야 맙니다.
그리고 그제야, 너무 일상이어서 알 수 없었던 엄마의 소중함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저는 이 시를 통해 그런 잔잔한 모성애를, 엄마의 사랑을 담고 싶었습니다.
여러분의 세상은 무슨 색이고, 또 엄마가 된 여러분들은 어떤 세상을 보여주고 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