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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합니다. 아무도 지적하지 않았고 관심도 없어졌겠지만 아무튼 스스로 반성합니다. 얼마 전 열린 "비주류 팝업" 이야기입니다.
첫째. 뾰족하지 못했습니다. 훨씬 더 뾰족했어야 했습니다. "자기소개"라는 키워드를 내세운 만큼 우리가 누군지, 뭘 말하려 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에 대해 치열하게 얘기했어야 했습니다. "짠"하고 나타나 그럴싸 해보이는 물건을 촤라락 펼쳐보인 뒤 한몫(?) 잡고 뜨는, 그런 평범한 팝업 느낌이 강했습니다.
기획단계에서 비주류 팀원들과 "공간기획자 최원석 : ‘이 말’이 나온다면, 실패한 팝업입니다"(롱블랙) 같은 아티클을 여러개, 다같이, 꼼꼼히 읽었습니다. "우린 절대 그러지 말자" "메시지를 던져야 한다" 거듭 다짐했건만 막판에 주객主客이 전도되고 말았습니다. "팝업"이라는 단어가 가진 아우라에 눌려 스스로를 가둬버렸습니다. 반성합니다.
둘째. 안일했습니다. 가장 큰 문제였습니다. "처음이었다" "밥벌이의 고단함이 있었다" 등 변명의 여지는 있겠습니다만, 아무튼 저 포함 모두가 안일했습니다. 막판 몰아부치듯 준비하는 바람에 정작 신경써야 할 "자기소개" 파트가 약해졌습니다. 저희 같은 경우 팝업 당일 새벽 4시 넘어서까지 바나나푸딩과 드립백 세트를 만들어야 했습니다. 눈밑이 검어지고, 흰자에 실핏줄이 터졌습니다. 뇌세포의 움직임이 정지됐습니다. 더 일찍, 더 치밀하게, 더 차근차근 준비했어야 했습니다.
애초 기획했던 소개 팜플렛까진 아니었어도 중간쯤 얘기가 나왔던 qr코드를 넣은 A4 용지라도 준비했어야 했습니다.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습니다. 유락yoorak의 공간 철학(?)을 보여줄 수 있는 설치물(백남준 "TV부처" 오마주)은 아예 꺼내지도 못했습니다. 아쉬움이 큽니다. 반성합니다.
셋째. 친절하지 못했습니다. 공간 전체를 널찍이 조망하며 UI/UX적으로 좀더 치열하게 고민했어야 했습니다. 막연히 "유저가 먼저 말을 걸어주지 않을까?" "우리를 궁금해하지 않을까?" 바랐을 따름입니다. 어떻게하면 먼저, 자연스럽게, 무의식적으로 팝업을 찾은 유저들이 우리를 더 알고 싶어지게 할 지, 호기심을 갖게 할지,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지, 고민했어야 했습니다. 매대만 놓는다고, 포스터 몇 개 붙인다고, "비주류"에, "유락"에 관심가질리 없었습니다. 오산이었습니다.
전체 회고에서 "각자의 부스에 새로운 사람이 찾아와 '너희는 누구세요?' 묻는 게 아니라, 이미 각자를 알고 있는 사람들만 찾아와 '저 왔어요!' 인사만 건네더라" 지적이 나왔습니다. 뼈아픈 대목입니다. 정작 "자기소개"가 필요한, 대상이 되는 유저들을 전혀 사로잡지 못했다는 뜻입니다. 막연히 "되겠지" 생각했습니다. 반성합니다.
물론 "잘봤다", "(행사가 잘 이뤄진 것 같아) 축하한다"는 격려도 있었습니다. 찬찬히 잘 뜯어보면 이번 팝업으로 저희가 얻은 긍정적인 부분도, 성과도 있었을 겁니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더 크게 느껴지는 건 그만큼 더 이 프로젝트에 대한 애정이 커졌기 때문 아닐까 싶습니다. 다음번에는 좀더 나아질 거라 생각합니다.
조만간 에피소드2의 시계가 돌아갈 것 같습니다. 에피소드2는 이 한 줄로 정리됩니다. "개천절에 신세계가 열립니다." 꾸준한 관심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