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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젝트 비주류
"자, 이제 다 모이셨네요. 그럼 시작해볼까요? 그래서, 낭젊사가 왜 비주류라는 거죠?"
"음.. 저.. 제가 생각하는 비주류의 의미는..."
6월의 어느 야심한 밤. 노릇노릇 구워지는 삼겹살 불판을 앞에 두고 때아닌 청문회(?)가 열렸습니다. 조지 오웰이 쓴 <1984> 속 사상경찰들마냥 매서운 질문 공세가 이어졌습니다. 안건은 "비주류". 요컨대 "그래서 왜, (장사도 잘되고 유명한) 너네가 우리와 같은 비주류("무명소졸")라는 거냐!"는 것이었습니다.
바깥에서 보면 꽤 황당한 풍경이었을 겁니다. 우스꽝스러웠을 겁니다. 하지만 저희는 저희 나름대로 심각했습니다. 웃음기가 살짝 있긴 했지만 진지하게 말하고, 진지하게 들었습니다.
"비주류는 장사가 잘되고 말고가 아니라, 기획자의 의도를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공격의 대상이 된 이 남자 역시 진지했습니다. 사실 이 남자는 원래 그런(?) 캐릭터이기도 합니다. 티셔츠로 감춰지지 않는 울퉁불퉁한 팔뚝, 각지고 네모난 턱, 만화에서 본 것 같은 실눈(실눈캐..!)은 이 남자가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까닭입니다. 법정에 나선 변호사마냥 구구절절 "내가 비주류인 이유"를 조목조목 읊고 있는 이 남자의 이름은 "나니"입니다.
나니는 "사장님"이지만, 동시에 "존경하는 형"이기도 합니다. C는 나니와 수년동안 합을 맞춘 낭젊사 바리스타(이자 오른팔)입니다. 처음 두 사람이 만난 것은 수년 전 어느 대형 카페에서 함께 일하게 되면서였습니다. 그때는 상황이 180도 달랐습니다. 나이가 가장 많은 나니가 막내였고, 동생인 C가 "대장"(매니저)이었습니다.
이런저런 사연이 있겠습니다만, 결론만 놓고 보면 C는 "저 말고 나니가 매니저를 했으면 좋겠다"며 자기 자리를 기꺼이 넘깁니다. 그후 C는 나니가 앞산에 카페 "더크"를 차릴 때 팀에 합류해 지금까지 함께하고 있습니다. 나니에 대한 질문에 C는 "존경"이라는 말을 여러차례 꺼냈습니다. 아마 의식한 것은 아닐 겁니다. C는 이 글을 쓰기 위해 자신이 취재당하는(!) 중이라는 것도 몰랐을 겁니다. 아무튼 나니는 누군가에게 "존경"받는 남자입니다.
겪어보지 않았지만, 짐작컨대 존경받는 나니는 평소 묵직하고 근엄한 캐릭터일 겁니다. 하지만 이 자리에서만큼은 달랐습니다.
"음.. (다급하게) 아이돌 그룹도 비주얼 담당이 있지 않습니까? 낭젊사가 비주얼을 담당하겠습니다!!"
절뚝이는 사자를 본 하이에나 같은 집요한 공격의 연속. 코너에 몰린 나니가 마지막으로 꺼낸 카드는 "비주얼 담당"이었습니다. "아무리 '비주류'를 표방한다 해도 진짜 '비주류'로 그치면, 프로젝트가 진짜 망하면 안 되지 않겠느냐. 낭젊사가 함께하면 체급이 달라질 거다"는 주장이었습니다. 일리 있었고, 납득이 되었습니다. 그렇게 나니는 프로젝트 비주류에 합류하게 됩니다.
살짝 농담이 섞이긴 했지만 저희가 이렇게까지 나니를 몰아붙였던 것은, 저희가 내세우는 가치와 주장을 이 프로젝트를 보는 사람들도 납득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나니의 합류로 프로젝트의 외연이 확 넓어졌습니다. 그전까지 장사 안 되는, 혹은 무명無名의 반란, 몸부림 정도였다면, 낭젊사의 합류로 "스스로 정의하는 정체성"으로 비주류의 범위가 확장되었습니다.
나니라는 닉네임은 "망나니"에서 따온 것입니다. 나니는 자신의 MBTI를 모르는 인물입니다. 배낭 하나 메고 401일 동안 전세계를 누빈 인물이기도 합니다. 나중에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