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경삼림重慶森林(1994)은 왕가위 감독의 대표작입니다.

1부에서는 금성무와 임청하가, 2부에서는 양조위와 왕페이가 각각 등장해 만남과 이별, 이별과 만남의 시퀀스를 이어 갑니다. 이 작품은 홍콩은 물론, 한국과 일본 등 동양권, 서구권에서도 센세이셔널한 인기를 누렸습니다. 1994년 스톡홀름 영화제 여우주연상, 대만 금마장 영화제 남우주연상을 수상했고, 이듬해 홍콩 영화 금상장 4개 부문을 석권했습니다.

중경삼림은 "탐미적", 혹은 "퇴폐적"이라는 표현이 잘 어울리는 영화이기도 합니다. 그런 비일상적인 사랑을 이야기합니다. 영화 평론가 정성일은 이렇게 설명합니다.

"중경삼림은 다시 볼수록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만일 당신이 새로운 21세기 영화를 만들고 싶다면 당신은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할 것입니다. 중경삼림은 영화를 만들려고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는 영화입니다. 혹은 질문하는 영화입니다.

제 생각에, 중경삼림은 1990년대에 만들어진 최고의 연애 영화입니다.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들, 혹은 곧 사랑하게 될 사람들, 또는 지금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 막 헤어진 사람들이 마치 치료하듯이 보아야 할 영화라고까지 말하고 싶습니다."

유락yoorak 2층에 비디오 감상 시스템이 마련되었습니다. 브라운관과 비디오테이프로 영화가 재생되지만, 블루투스 헤드폰을 연결해 2명까지 동시 감상할 수 있습니다.

1994년의 상상력에는 지금과 같은 4K UHD, 넷플릭스, 유튜브 같은 건 없었습니다. 디지털도 없었습니다. 자석이 있었습니다. 비디오의 색상과 명암, 음향 신호를 자석으로 된 얇은 테이프 위에 기록하고 읽어내는 기술만 있었습니다. 중경삼림이 주는 감성과 여운은 이런 기술력과 상상력 위에서 기획되었던 것입니다.

중경삼림을 넷플릭스로, 깨끗한 화질의 스마트폰으로 보는 것과 브라운관으로, 비디오테이프로 보는 것에는 차이가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중경삼림 OST "夢中人"과 "California Dreamin’"을 Hi-fi가 아닌 Lo-fi로 들어보는 것 역시 차이가 있을 겁니다.

이 미세한 차이들이 하나둘 쌓이다보면 종국에 이르러 어떤 큰 차이가 만들어질 것이다, 라는 것이 저희 주장입니다. 1994년의 영화를 1994년의 상상력으로 즐겨보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