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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편지'라는 주제로 가벼운 글을 써서 기고한 적이 있습니다. 4년 전쯤이었습니다. '가을'이라는 계절성에 기대어 쓴 탓에, 지금 보면 꽤나 부끄러워지는 그런 글입니다.
문득 생각이 나 서랍에서 꺼내보니 이런 내용이 있었습니다.
"... 물체로서의 편지는 만지고 보는 것, 접는 것, 펼치는 것, 구기고 펴는 것, 겉봉투와 재킷 주머니에 넣는 것, 책갈피로 쓰는 것, 둥그런 커피 자국이 생긴 것, 쥐들이 쏠은 것, 구두 상자에 넣고 까맣게 잊어버리는 것이다.”(마이클 버드, <예술가의 편지>)"
꼭 예술가들만 이렇게 생각하는 건 아닐 겁니다. 그렇습니다. 편지는 사실 메시지만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접힌 편지를 펼 때 느껴지는 종이의 무게감과 질감, 잉크 혹은 연필 가루가 손가락 끝에 묻는 반가운 감각, 어쩐지 아련해지고 마는, 이유 모를 감정을 상대방에게 보내는 것입니다. 손편지가 디지털 세상에서 그래도 명맥을 유지하는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지 않을까?, 라는 게 당시 글의 요지였습니다. 물론 저는 지금도 그렇다고 생각합니다.
유락yoorak을 다녀간 분들이 짧고 길게 남긴 메시지들을 보면서 매일 편지를 받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뜻밖의 일입니다. 유락을 구성하는 거의 대부분이 (성공 여부와는 별개로) 구체적인 기획과 의도 위에서 만들어지고 있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글을 써서 남겨주실 지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습니다.(물론 심심함이 부추긴, 끄적임과 낙서도 있겠지만, 그마저도 하나의 메시지라고 생각합니다.)
유락 아카이브archive를 만든 까닭입니다. 차마 버릴 수 없었고, 그러다보니 쌓이게 되었습니다. 보다가 혼자 피식할 때도, 깊은 상념에 빠진 적도 있었습니다. 모두 손으로 썼기에 가능한 감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익숙하지는 않지만 기회가 된다면 정성껏 보내주신 편지에 답장을 해볼 생각입니다. 편지란 원래 그런 것이니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