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게이샤를 꺼냅니다.(1/2)
2024.12.29  ·   by 크리스

이것은 커피에 관한, 어제 밤 진행된 커핑(Cupping)에 관한 이야깁니다. 네, 그럼 <모나리자>에 대해 얘기해보겠습니다. 아니, 브랜딩에 대해 먼저 얘기해보겠습니다.

브랜딩과 마케팅의 차이는 '방향'에 있습니다. 마케팅이 생산자가 소비자에게 "나는 이런 사람이고, 이런 장점이 있지!" 주저리 떠드는 것이라면, 브랜딩은 소비자가 먼저 "나는 네가 어떤 사람인지 알아. 너는 이런 일을 했고, 이런 사람이지!" 떠올리게 만드는 것입니다.

<모나리자>는 전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예술품입니다. 이 작품 때문에 루브르를 찾는 인원은 매년 1000만명. 프랑스 정부는 이 작품의 경제적 가치가 많게는 40조원쯤 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모나리자>의 경매 예상가는 대충 1조원쯤으로, 역대 경매가 1위인 살바도르 문디(6000억원)의 2배로 평가됩니다.

혹시 이 작품은 뭔데 이렇게 비쌀까, 어떻게 이 엄청난 지위를 누리게 되었을까, 생각해본 적 없으신가요? 작가가 역사상 가장 위대하기 때문에? 작품 완성도가 남달라서? 물론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위대한 작가이지만 동시대, 그 이후 그에 못지 않은 아티스트가 없었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핵심은 작품을 둘러싼 내러티브, 브랜딩에 있습니다. 사람들에게 <모나리자>에 대해 아는 대로 다 얘기해보라고 하면 예술에 아무리 문외한이라도 눈썹이 없는, 다소곳이 앉아 있는 미소 띤 여성의 모습을 떠올릴 겁니다. 조금 더 관심이 있다면 유부녀에게 붙이는 경칭인 모나(Mona)를 들어 '모나리자'가 리자(Lisa)라는 이름의 여성이라는 뜻임을, 나아가 일부에서는 "모나리자"가 아닌 "라 조콘다"(조콘다 부인)라고 부른다는 사실을 말할 수도 있을 겁니다. 혹은 루브르 외에도 다빈치가 그린 또다른 <모나리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꺼낼 지도 모릅니다.

더 관심이 있다면 1911년 도난 사건을 말할 겁니다. 그해 8월 프랑스 언론이 난리를 칩니다. 어느날 이 작품이 홀연히 사라진 겁니다. 줄곧 루브르를 비판한 시인 기욤 아폴리네가 경찰에 붙들려 갔고, 그가 막연히 의심하는 바람에 파블로 피카소까지 조사를 받아야 했습니다. 지지부진한 수사에 언론은 <모나리자> 사진을 연일 신문 1면에 대문짝만하게 내걸며 경찰을 비판했습니다. 파리 경찰청은 거액의 보상금을 걸고 국경까지 폐쇄했습니다. 이 작품을 생판 모르던 사람들조차 귀에 딱지가 앉도록 모나리자..모나리자.. 듣게 된 겁니다.

2년 뒤 밝혀진 범인은 빈첸초 페루자. 루브르 직원이었던 그는 청소도구실에 숨어 있다가 박물관 문이 닫히자 <모나리자>를 외투 속에 숨겨 유유히 사라졌습니다. 허술하기 짝이 없는 이 황당 범죄를 저지른 페루자는 범행 이유로 '애국심'(그는 다빈치와 같은 이탈리아인이었습니다) 카드를 꺼냈고, 예상대로 이탈리아 전역이 들끓었습니다. 빈첸조는 이 엄청난 범죄 행각에도 불구하고 6개월만에 풀려나게 됩니다.

국제 정세가 실시간으로 요동치던 시절, 그깟 그림(?) 하나로 프랑스-이탈리아 두 국가간 뜻밖의 신경전이 벌어진 셈입니다. 컴퓨터는커녕 라디오도 드물었을 때였지만, 몇 달 동안 신문을 도배한 탓에 당시 유럽 사람이라면 누구나 <모나리자>에 한마디쯤 얹을 수 있게 됐습니다. 도난 사건 전까지 루브르의 여느 위대한 작품과 다를 바 없게 취급받던 <모나리자>가 '특별히 위대한 작품'이 된 것은 바로 이때였습니다.

이제 커피 얘기를 해보겠습니다. 모든 비싼 커피(?)에는 스토리가 담겨있습니다. 어제 다같이 마신 <세인트 헬레나 뱀부 헤지 이스테이트 워시드>는 이른바 '나폴레옹 커피'로도 잘 알려져 있습니다. 세인트 헬레나는 1815년부터 나폴레옹이 유배당한 아프리카 대륙 옆 작은 화산열대섬. 나폴레옹은 "세인트 헬레나에서 좋았던 건 커피뿐"이라고 떠올렸습니다. 이곳 해안에 위치한 뱀부 헤지 농장의 한 해 커피 생산량이 2톤 안팎이며, 거의 대부분 영국 왕실로 들어간다고 합니다.('생두' 기준 키로당 단가가 40만원에 육박합니다..)

파나마 서부 에스메랄다 농장은 그 이전까지 별 관심을 끌지 못했던 게이샤라는 품종을 세상에 처음 알린 농장입니다. 2004년 파나마 CoE(커피 대회)에서 "신의 얼굴을 보았다"는 극찬과 함께 95.6점이라는 경이로운 점수를 받은 것으로도 유명합니다. 이 게이샤를, 유락 가오픈 때 '6000원'에 판매한 바 있습니다.

... 2화에서 계속
4주

크리스
@yoorak_coffee_ro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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