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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락에 간판이 생겼습니다.
바깥이 아니라 안에 달았습니다. 1층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통로 위입니다.
간판의 존재 이유는 공간의 정체를 모르거나 별 관심이 없는 행인들에게 "여기요, 여기!! 우리 여기 있어요!", "우리 이런 거 하고 있는데, 안 궁금해요?" 하고 넌지시, 혹은 요란하게 알려주는 것입니다. 간판은 어떤 면에선 "우리 이제 정말 시작한다?! 진짜야!!" 선언 같습니다. 사업의 시작은 곧잘 간판의 유무로 가늠되곤 합니다. 태초에 간판이 있습니다.
한 번 달린 간판이 도로 내려가는 것은 사업이 완전 종료되었을 때뿐입니다. 시작이 그러했듯, 사업이 종료될 때면 가장 먼저 간판부터 내려집니다. 그런 면에선 한 공간의 죽음을 보여주는 비정한 상징물 같기도 합니다.
간판을 이제서야, 바깥이 아니라 안쪽에 단 까닭은 단순합니다. 이곳은 유동인구가 '0'에 수렴하는 대구 제일의 불모지. 바깥에 달아봐야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것이란 슬픈 현실감각(?)이 첫 번째이고, 두 번째는 유락을 찾아온 분들에게 1층과 2층이 전혀 다른 느낌으로 다가갔으면 하는 바람에서입니다. 같은 공간이지만 어쩐지 새로운 공간에 다시 들어서는 느낌을 받았으면 해서입니다. 물론 자기만 아는 이스터 에그Easter Egg를 꼭 하나 심어놓으려는, 개발자 특유의 마이너 감성이 작동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아무튼 간판(아직 스티커를 붙이진 못했지만..)을 달았습니다. 조금 과장하면 이제 여기서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끝까지 해보겠다, 는 그런 의미입니다. 간판을 다는 모든 사람이 그러할 겁니다. 저 역시 부디 이 간판이 도로 내려가는 불상사(!)가 없길 바랄 따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