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린스와 브랜드 내러티브
2024.06.02  ·   by 크리스

콜린스(Collins)의 내러티브는 흥미롭습니다. 콜린스는 벌꿀오소리가 새겨진 양철케이스와 인센스 스틱으로 잘 알려져 있는 스몰브랜드입니다.

'콜린스'라는 브랜드명은 마이클 콜린스(1930-2021)의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1969년 인류가 처음으로 달에 도달했을 당시, 아폴로11호에 탑승한 3명의 우주비행사 중 한 명입니다. 아울러 이 3명 중 유일하게 달을 밟아보지 못한 인물이기도 합니다.

'거기까지 가서, 끝내 달을 딛지 못한 비운의 우주비행사'. 콜린스는 마이클 콜린스의 이 이야기를 자신들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로 가져왔습니다. 다음은 콜린스의 설명입니다.

"...마이클 콜린스는 '태초의 아담 이후 가장 외로웠던 인간'이라는 별명을 지닌 사람이었습니다. 멋진 문장으로 표현했지만, 그를 향한 사람들의 첫 시선이 '안타까움'이었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 사실입니다.

그토록 어렵게 달 근처까지 가서 자신의 흔적은커녕 아무것도 남기지 못하고 돌아온 마이클을 보며 대놓고 '불쌍하다'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어요. 사람들은 마이클이 우주에서 경험했을 감정이 '허무함'일 것이라고 감히 추측한 것이지요.

하지만 이 이야기는 완전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갑니다. 달 탐사가 진행되는 동안 '마이클'은 홀로 사령선에 남아 달 궤도를 돌아야 했고, 그 시간은 무려 21시간 30분이나 되었습니다. 심지어 달 뒤편을 지날 땐 지구와의 교신까지 끊겼어요. 그렇게 지구와의 모든 통신이 끊긴 시간 48분, 가장 극단적인 형태로 주어진 '혼자만의 시간'에 '마이클'은 인류 최초로 달의 뒷면을 직접 관측했습니다.

그는 그 순간을 이렇게 회상했어요.

"가장 행복한 순간이었습니다. 그 편안한 공간에서 심지어 따뜻한 커피도 한잔했어요. 작고 아름다운 나만의 공간을 소유한 멋진 순간이었습니다. 그 안의 모든 게 내 것이었죠. 저는 그곳에서 황제였어요. 우주선 창밖으로는 꽉 찬 지구가 한눈에 보였고, 그건 제 생애 최고의 광경이었습니다. 그걸로 충분했어요.""

콜린스는 이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을 콜린스 모먼트(Collins Moment)로 정의하며, 모든 개인의 콜린스 모먼트를 돕는 조력자로서 스스로의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디자인했습니다.

사실 콜린스는 '스몰' 브랜드라기엔 몸집이 너무 커졌습니다. 콜린스의 성공은 내러티브의 파괴력을 새삼 환기시킵니다. 누구라도 이들이 내놓은 스토리를 찬찬히 읽는다면, 일부러 기억하려던 게 아니었어도 잊는 것이 꽤 어려울 것이기 때문입니다. 달 착륙을 둘러싼 흥미로운 서사, 납득이 가는 프로덕트 스토리,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이라는 인간의 보편 감정까지.. '기억'에 필요한 요건을 모두 갖췄습니다.

하지만 콜린스가 처음부터 대중의 사랑을 받았던 것은 아닙니다. 2~3년쯤은 수면복, 전동칫솔과 같은 프로덕트들을 내놓는 바람에 회사가 거의 고꾸라질 뻔했습니다. 그러다 인센스라는 핵심 프로덕트를 찾아내 지금에 이르렀습니다. 콜린스의 실패와 성공은 내러티브가 강력한 무기인 것은 맞지만, 결코 전부가 될 수 없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 같기도 합니다.

오픈 준비를 위해 매일 아침 유락 2층에 올라가면 가장 먼저 콜린스 인센스에 불을 붙입니다. 소파에 잠시 기대 앉아 유락yoorak의 내러티브에 대해 생각하곤 합니다. 고요하고 차분한, '지극히 개인적인 순간'입니다.

크리스
@yoorak_coffee_roasters
안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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