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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 등지는 사람 통계 연중 최고 / ‘가정의 달’ 되레 처지 비관 많아 / “정부, 예방 중요성 인식해야”
지난 20년간 웬만한 중소도시 인구보다 많은 22만257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가 차원에서 자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안이했다. 이에 세계일보는 대한민국이 ‘1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자살 공화국’ 등의 오명을 벗지 못한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봤다. 특히 ‘가정의 달’인 5월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 수가 가장 많은 점에 주목해 ‘벼랑 끝에 선 사람들’ 시리즈를 5회 연재한다.
“딸 때문에 미련이 남아요. 내 곁에서 다 떨어져 나간 것 같아요.”
지난 9일 A(24)씨는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동반자살’을 태그해 글을 올렸다. 친구 하나 없는 계정이지만, 누구라도 봐주길 바랐다. 보름여 전 이미 자살을 시도했었다. 정신이 아득해질 때쯤 9개월 된 딸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고, 살아남긴 했다. 그러나 삶의 의지는 여전히 없었다.
A씨는 자신이 내내 불행했다며 덤덤해 했다. 고아원에서 자랐고, 고등학생 때는 좀도둑질로 보호시설에 들어갔다. 성인이 된 뒤에는 친구에게 사기를 당해 수천만원의 빚까지 생겼다. 빚을 갚아야 했고, 지난해 태어난 딸도 키워야 했다. 하루 19시간씩 일했다고 한다.
악착같이 살아보려던 그를 결정적으로 무너뜨린 건 얼마 전 알게 된 암발병이었다. 의사는 수술없이는 길어야 5년이라고 했다. 수술비는 없었다. 증세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울증 약을 끊는 게 유일한 대처였다.
“평범한 가정을 꾸려서 죽도록 일해보는 게 소원이예요. 아이를 위해 버텨보자 마음을 먹어도 쉽지 않습니다.”
화창한 봄이라 A씨는 더 불행했다. 자신말고는 다들 행복해 보였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이 이어지는 5월초. 딸을 키울 능력도, 자신을 위로해 줄 부모도 없는 처지가 더없이 사무쳤다. 바닥을 알 수 없는 절망 끝, 선택은 죽음 밖에 없는 듯 보였다.
‘계절의 여왕’, 혹은 ‘가정의 달’이라 불리는 5월, A씨가 마주한 현실은 역설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행복해 보여 그는 더욱 불행했다. ‘5월의 역설’은 A씨 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5월은 1년 중 자살자가 가장 많은, 가혹한 달이다.
21일 세계일보가 1996∼2015년 자살자 통계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20년간 5월 자살자 수는 2만1607명으로 열 두 달 중 가장 많았다. 가장 적은 1월(1만4982명)에 비하면 6600여명이나 많다.
월별 추이를 보면 1만명대에 머물던 자살자 수는 봄이 시작되는 3월에 2만명대로 접어든 뒤 5월에 정점을 찍고, 7월부터 다시 1만명대로 줄어든 뒤 계속 감소했다. 연령별로 봐도 봄에 자살자가 많고, 5월에 정점에 이르는 패턴은 비슷했다. 일조량이 적을 때 우울감을 크게 느껴 겨울철 자살이 많을 것이란 통념과 차이가 난다.
상황은 올해도 비슷할 전망이다.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이후 4500건 안팎이었던 자살신고(의심신고 포함)는 3월에 5013건, 4월에 5573건으로 부쩍 늘었다.
연세대 송인한 교수(사회복지)는 “우리나라의 자살은 양극화, 소외에서 비롯된다는 게 큰 특징”이라며 “봄이 오고 어버이날, 어린이날 등 각종행사가 많아지면 ‘다른 사람은 더 행복한데’라는 심리에서 비롯된 상대적인 박탈감이 커져 극단적 선택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국은 ‘1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라는 치욕적인 기록을 갖고 있다. 역대 정권 모두 자살예방을 강조했지만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자살 관련 ‘쥐꼬리’ 예산은 정부가 의지가 있기나 한 건지 의문이 들 지경이다. 지난해 보건복지부 자살 관련 예산은 85억2600만원으로 2015년(89억4000만원)에서 4억원 가량 깎였다. 일본의 지난해 7927억원과 비교하면 하늘과 땅 차이다.
중앙자살예방센터 관계자는 “선진국들이 돈을 쓰는 이유는 쓴 만큼 돌아오기 때문”이라며 “예산이 없어 필요한 사업을 추진하는데 난항을 겪고 있다. 정부의 인식 제고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빈곤·가정불화 시달리다… 가족 가치 부각에 우울감 커져
지난 20년간 웬만한 중소도시 인구보다 많은 22만257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가 차원에서 자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안이했다. 이에 세계일보는 대한민국이 ‘1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자살 공화국’ 등의 오명을 벗지 못한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봤다. 특히 ‘가정의 달’인 5월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 수가 가장 많은 점에 주목해 ‘벼랑 끝에 선 사람들’ 시리즈를 5회 연재한다.
22만2578명. 지난 20년(1996∼2015년) 동안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 수다. 웬만한 중소도시의 인구보다 많다. ‘슬픔’의 심각성을 한눈에 보여주는 이 수치를 분석하면 도드라지는 게 있다. 대개 5월을 정점으로 한 봄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 사람 수가 가장 많다는 점이다. 무엇 때문일까.
A(51)씨 사례에서 힌트를 엿볼 수 있다.
A씨는 2013년 8월 일하던 공장에서 사고를 당했다. 몇 달간 입원했고 가까스로 몸을 추슬렀지만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에 시달렸다. ‘불행하다’는 생각이 수시로 엄습했고, 사람들을 피했다. 몸도 성치 않아 일자리를 구할 수도 없었다. “죽고싶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다 2014년 5월 생을 마감하려 했다. 그는 “세상에 혼자 버려진 것 같았다”며 “남들은 다 행복한데 나만 왜 이런가 하는 생각이 떠나질 않았다”고 털어놨다.
경제적 빈곤 등에 따른 가정불화나 가족해체로 삶의 의욕을 잃고 극단적인 선택을 고려하거나 시도하는 사람이 줄지 않고 있다. 특히 가정과 가족의 가치가 한껏 부각되는 5월에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진다. 실효성 있는 자살예방 대책을 세우기 위해서라도 그 원인을 진단하고 치유할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슬픈 5월… 무엇이 등을 떠미는가
21일 세계일보 취재팀이 전문가들과 함께 통계를 분석한 결과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람 수는 대체적으로 ‘겨울철 급감→ 3월 반등→5월(혹은 4월) 정점 이후 감소’ 패턴을 보였다.
연령대별로는 10대와 50대를 제외한 나머지 연령대에서 5월 극단적인 선택자가 가장 많았다. 지난 20년간 5월 자살자 수는 모두 2만1607명으로 월평균(1만8548명)에 비해 3000명 정도 많았다. 상대적으로 적은 1월(1만4982명), 12월(1만5062명), 2월(1만6115명)보다는 무려 30%가량 많았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극단적인 선택에 구조적·환경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따뜻한 봄날씨와 함께 5월에 각종 가족행사가 이어지면서 소외계층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도 커지는 것을 요인으로 꼽았다. 대부분 사람이 추위 탓에 움츠러드는 겨울과 달리 봄철 들어 활동성이 활발해지면서 ‘자살사고’(suicidal ideation)가 강한 이들의 우울감을 부추긴다는 것이다.
경희대 백종우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일조량이 늘어나면 일반적으로 호르몬 분비로 긍정적인 기분이 드는데, 우울증 환자는 반대의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며 “대인관계가 늘어나는 등 타인의 활기찬 모습에 박탈감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외계층을 위한 정부 및 민간의 관심과 지원이 혹한기와 혹서기에 주로 몰리면서 봄철에 ‘복지 관심망’이 헐거워지는 것도 문제다. 예컨대 보건복지부는 겨울철 지원에 주력하고 있고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동절기와 하절기에 복지사각 전수조사를 시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환절기 우울증’ 등 급격한 기온 변화에 따른 정신건강 악화도 요인으로 꼽힌다. 중앙자살예방센터 홍창형 센터장은 “‘봄탄다’는 표현처럼 겨울이 끝나는 시기가 우울증 취약 기간인데, 우울감은 자살사고에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조사에 따르면 2015~2016년 3~4월의 우울증 환자는 1~2월에 비해 약 23만명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때 생리적 변화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하다가 극단적인 선택에 이르는 경우도 많다.
◆극단적인 선택률 ‘견인’하는 노인들
특히 노년층에서 이 같은 경향이 뚜렷하다. 60세 이상 노인들의 ‘선택’에 미치는 구조적, 환경적인 요인의 영향이 더욱 크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노인 자살을 이른바 ‘한국형 자살’이라고 분석했다.
가난에 시달리며 자식들의 부양을 받아야 하는 것을 ‘민폐’라고 생각해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것이다. 아시아인권위원회는 한국의 상황을 우려하며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는 전통적 가치관이 이유”라고 지적한 바 있다.
무엇보다 노인들의 극단적인 선택이 다른 연령대와 달리 상승하고 있다는 점은 특히 유의해야 할 대목이다. 2015년 60대 자살은 전년대비 4.6%, 70대는 10.2%, 80대 이상은 15.7% 증가했다. 10만명당 자살자 수 역시 10대(4.2명), 20대(16.4명), 30대(25.1명)에 비해 60대(36.9명), 70대(62.5명), 80대 이상(83.7명)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도 비정상적으로 많다. 65세 이상의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터키 3.8명, 영국 6.8명, 미국 16.6명, 일본 25.8명 등으로 우리나라의 58.6명과 큰 차이를 보인다. 노인들이 ‘세계 최고’의 자살률을 견인하고 있는 셈이다.
숭실대 허준수 교수(노인복지)는 “자식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심리와 배우자 사망 등으로 인한 고립, 일자리가 없어 사회구성원으로 제대로 역할을 못하는 상황 등이 심각해지면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며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자살예방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에 노인만을 위한 정신건강센터가 수원에 1곳뿐이다. 이같은 환경에서 (노인자살 문제의) 개선이 가능하겠느냐”고 꼬집었다.
韓·日 예산 및 정책 비교해보니
지난 20년간 웬만한 중소도시 인구보다 많은 22만2578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국가 차원에서 자살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지만 정부의 대응은 안이했다. 이에 세계일보는 대한민국이 ‘12년 연속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자살률 1위’, ‘자살 공화국’ 등의 오명을 벗지 못한 원인을 진단하고 해결 방안을 찾아봤다. 특히 ‘가정의 달’인 5월에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 수가 가장 많은 점에 주목해 ‘벼랑 끝에 선 사람들’ 시리즈를 5회 연재한다.
‘2조1963억원’
최근 5년간(2012∼16년) 한국과 일본 자살 관련 예산의 차이다. 한국이 318억원을, 일본은 2조2281억원을 투입했다. 지난해만 놓고 보면 일본의 예산(7927억원)은 한국(85억2600만원)보다 100배 가까이 많았다. 한국의 자살 문제가 일본보다 심각한데도 이 모양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한국은 2003년 이후 쭉 자살률 1위를 기록했다. 2015년 한국의 10만명당 자살자 수는 26.5명, 일본은 2012년(19.1명) 이후 10명대로 떨어졌다.
정확히 양국 정부의 관심과 의지의 차이다. 자살의 심각성은 우리 사회에서 상식이 되었고, 정부는 항상 개선하겠다며 떠들어댔지만 달라진 게 별로 없다. “자살 문제는 투자한 만큼 개선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을 전제로 하면 역대 정부에 개선 의지가 있기는 했는지 묻게 된다. 과감한 투자로 최근 10년 동안 1만명 이상 자살자 수가 낮아진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의 현실은 초라하기 짝이 없다.
◆ 日, 총리실 내각부서 지휘 vs 韓, 담당공무원 달랑 2명
21일 중앙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자살예방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의 지난해 자살 관련 예산은 85억원에 불과했다. 쥐꼬리만한 예산인데 이마저도 2015년 89억원에서 깎인 것이다.
2008년 144억엔(한화 약 1445억원)을 자살예방예산으로 편성한 일본은 2012년 326억엔(3262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린데 이어 2015년(7344억원), 지난해(7927억원) 더욱 늘렸다.
조직 활용, 인력면에서도 차이가 분명하다. 복지부의 자살예방사업 담당자는 4급, 6급 공무원 2명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별도의 조직 없이 정신건강정책과 내에서 자살예방 이외의 업무들을 맡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정이 이러니 범부처 협력은커녕 예산을 따오는 것도 버거운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반면 일본은 2006년 10월 자살대책기본법 마련 뒤 후생노동성이 담당하던 자살예방사업을 이듬해 총리실 산하 내각부로 이전시켰다. 2009년 꾸려진 자살대책 긴급전략팀(내각부)에는 권위있는 연구자들을 비롯해 전 사민당 당수 후쿠시마 미즈호 특임장관 등 내각부 고위각료들이 참여했다. 국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주무부처의 위치가 높아졌고, 자연스레 각종 예산을 얻거나 투입하기 수월해졌다.
후생성이 지난해 다시 자살예방 주무부처가 되면서 혼란을 예상하는 목소리가 있기도 했지만 이미 인프라가 안정적으로 구축된 상황이어서 별다른 문제가 없다는 게 대체적인 평가다.
◆ “아직 부족하다” 日, 대대적 강화 예고
또 하나 짚어야 할 것이 자살 관련 정책의 충실성이다.
우리의 경우 2012년 자살예방법을 시행하면서 당시까지 임의로 만들던 자살예방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하도록 강제했다. 하지만 2차 계획(2009∼13년) 이후 아직까지 자살에 관한 국가차원의 종합대책은 마련되지 않고 있다. 2014∼15년 2년 동안은 아예 ‘공백’ 상태였고, 지난해에 정신질환, 중독 등 까지 포괄한 ‘정신건강 종합대책’의 하위 부분으로 자살을 포함시킨 게 전부다.
자살 문제는 지금처럼 단순히 정신건강, 의학적 접근만으로는 근본적인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일본 역시 2000년 후생성이 ‘21세기 국민건강 만들기 운동’에 자살예방책을 포함시켜 2010년까지 자살자를 2만2000명 이하로 줄이려 했으나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전 분야에 걸친 ‘자살종합대책대강’이 만들어졌다.
후쿠시마 원전폭발, 경제위기 등 여러 악재가 겹친 일본은 최근 수년 동안 자살예방사업을 확충하고 있다. 후생성은 최근 자살종합대책 연구보고서를 공표하며 올해 여름 자살예방 대책의 대대적인 강화를 예고했다. ‘삶의 포괄적인 지원’ 등으로 정의된 현재의 개정자살대책법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세부적인 자살요인 분석, 지역사회 연계, 인터넷 활용 방안 등 구체적인 내용을 보강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후생성은 지난해 “3000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다’는 응답이 23.6%로 나타나 2008년(19.1%), 2012년(23.4%)에 비해 높았다”며 고강도 대책 마련을 예고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자살예방협회의 한 관계자는 “역대 정권마다 말로만 강조하는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되고 있다”며 “국가가 정말 자살률을 낮출 의지가 있는 건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자살예방대책추진위원장을 맡았던 강지원 변호사는 “2012년 자살예방법 시행 전에는 예산을 확보할 법적근거가 없어 예산 마련 자체가 힘들었다”며 “법이 있는 지금도 예산이 턱없이 모자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1개 사단병력 규모의 인구가 매년 사라지고 있는 국가차원의 비상사태인데도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질타했다.
◆ 자살 대책, 뿌린 만큼 거둔다
전문가들은 자살 문제에 대해 ‘투자=개선’이라고 진단한다. 제자리 걸음인 한국, 뚜렷한 결실을 거둔 일본의 상황은 이런 진단이 틀리지 않음을 분명하게 보여준다.
우리나라는 10만명 당 자살자 수가 23.7명이었던 2004년 ‘1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을 마련했다. 하지만 사업이 끝난 2008년 26명으로 되레 늘었다. 2009년 ‘2차 자살예방종합대책’이 시행됐지만, 2011년 역대 최고인 31.7명을 기록하는 등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일본은 달랐다. ‘버블경제’가 붕괴되면서 맞이한 경제위기 등으로 일본의 자살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치달았다. 1998년 자살자 3만2000명을 넘어선 뒤 2000년대 들어 10년 넘게 3만명을 웃돌았다. 자살의 심각성을 절감한 일본은 2007년 국가차원의 종합자살예방대책을 마련했고, 예산, 인력 등을 집중 투입해 자살자를 크게 줄이는 데 성공했다.
2012년 자살자 수(2만7000명)를 15년만에 2만명 대로 낮췄고, 지난해 2만2000명 아래로 떨어뜨렸다.
경희대 백종우 교수(정신건강의학)는 “일본은 투자를 대폭 늘리면서 지난 10년 동안 자살률을 크게 줄였다”며 “자살률은 한번 높아지면 낮추기가 무척 어렵다. 정부의 인식 개선, 관련 예산 증액, 범부처 협력 등이 시급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탐사기획- 벼랑 끝에 선 사람들> 시리즈 1화에 실린 기사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