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KE❤️
키츠네의 푸딩과 지붕, 이 두 사람은 흥미로운 구석이 많습니다. 굳이 꼽자면 지붕 쪽이 조금 더 흥미롭습니다.
일단 잠깐이라도 "자유시간"이 생기면, 유락을 찾아옵니다. (자유시간이란 것이 어떻게 생기는 것인지 구체적으로 물어본 바는 없지만, 아마 일방적인 통보 아닐까 싶습니다.) 바에 앉아 라떼를 한 잔 마시며 잠시간 책을 읽기도, "오늘 어땠냐" "우리는 손님이 너무 없었다"며 투정을 부리기 합니다. 그럴 때면 한 귀로 슬슬 흘려들으며 키츠네에 홀로 남아있을 푸딩의 모습을 머릿속으로 그려보곤 합니다.
언젠가 한 번은 영업시간에 유락에 찾아와 "앞구르기를 5번 하고 싶어서 왔다", "유락에 왠지 사람이 없을 것 같았다"(실제로 한 말)고 한 적도 있습니다. 어떤 까닭에 앞구르기를 하고 싶은지, 왜 꼭 그것을 유락에서 하겠다는 것인지, 실제로 구르겠다는 것인지, 그 말에 담긴 진의를 파악하진 못했지만, 따로 이유를 물어보진 않았습니다. 언젠가는 이게 웬걸, 2층에 잠시 다녀오니 과일과 떡이 담긴 컵이 1층 바에 놓여있던 적이 있습니다. CCTV를 돌려보니 지붕이 한 짓(?)이었습니다. 멀리서 제가 없는 걸 확인하더니 후다닥 놓고 도망가는 것이었습니다. 몸놀림도 날쌔고 눈동자도 큼지막한 것이 고양이 같다는 인상을 종종 받습니다. 실제로 "지붕"이라는 닉네임은 그녀가 키우는 고양이 이름에서 따온 것입니다. 아무튼 지붕은 특이한 구석이 많습니다.
지붕이 흥미로운 것은 저를, 그리고 유락을 흥미롭게 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종종 "최근 내가 본 사람 중에 제일 웃기다"며 꺽꺽대며 웃습니다. 분명 나는 아무 것도 한 게 없는데(!) 뭐가 그렇게 재밌다는 건지, 아주 데굴데굴 구르면서 웃어재낍니다. 그러면 어이가 없다가도 괜히 웃음이 터지기도 합니다.
키츠네가 있어서 다행입니다. 오늘도 유락에 바나나푸딩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듣고, 자기네 푸딩을 한아름 가져다 주었습니다. 야간까지 운영하는 게 처음인데 누가 와서 푸딩을 찾으면 어쩌냐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안타깝게도,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8시 이후에 아무도 유락에 찾아오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쉽진 않았습니다. 대구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키츠네와 하고 싶은 것은 경쟁보다 연대가, 질투보다 협력이 훨씬 더 효과적인 생존전략임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키츠네가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키츠네 관찰기는 계속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