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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팟’ 르미뇌르 국장 / ‘W2V’·‘n번방’ 사건 가해자들 재판 / 미국이었으면 수십년 징역형 내려 / 韓 수많은 가해자 돈 벌이에 가담 / 모두 처벌해야 범죄 뿌리 뽑힐 것 / 온라인 그루밍 같은 잠재적 범죄 / 포착·예방 시스템 구축 서둘러야_
“‘웰컴 투 비디오(W2V)’나 ‘n번방’ 사건의 재판이 미국에서 이뤄졌다면 가해자들은 수십년의 징역형을 받았을 겁니다.”
‘엑팟 인터내셔널(ECPAT International·엑팟)’의 마리로리 르미뇌르(Marie-Laure Lemineur·사진) 연구사업부 국장은 서면으로 진행된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아동성착취 범죄에 대한 한국의 법적 처분이 너무 관대하다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에서 아동성착취범들에 대한 처벌 수위가 낮은 건 심각한 문제라며 “상당수 국가에서 아동성착취 범죄에 대한 처벌은 곧 징역형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가 소속된 ‘엑팟’은 1990년 아동성착취 근절을 위해 설립된 비영리 국제네트워크로, 전세계 102개국 118개 아동단체로 구성돼 있다. 2018년 엑팟이 인터폴(국제형사경찰기구)과 함께 발표한 ‘미확인 아동성착취물 피해자에 대한 국제 현황 지표’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큰 화제가 됐다. 르미뇌르 국장은 당시 연구 총괄을 맡았다. 보고서는 아동성착취물(CSEM·Child Sexual Exploitation Material) 108만건을 분석한 결과를 담고 있다. 그는 이 연구를 통해 미확인 성착취 피해 아동의 60%는 13세 미만이며, 피해자가 어릴수록 학대의 정도가 심하고 피해 아동이 남아일 때 더 큰 피해를 본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설명했다.
235명에 달하는 W2V 관련 한국인 검거자 중 ‘아동 관련 기관 취업제한 명령’을 받은 사람은 단 11명뿐이고, 주범인 손정우(25)조차 2심에서야 해당 명령을 받은 것과 관련해 그는 말도 안 된다는 반응을 보였다. 르미뇌르 국장은 “아이들에게 중대한 위험요소인 성착취범들을 절대 아이들 가까이서 일할 수 없게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의 아동성착취가 크게 세 가지 측면에서 문제적이라고 분석했다. 첫 번째는 가해자 수가 매우 많다는 점이다. 르미뇌르 국장은 “실제 성착취 행위를 한 이들뿐 아니라 성착취물 생산과 유통에 일조하며 이익을 얻은 모두가 가해자”라며 “이들 모두를 처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문제는 아동성착취물을 활용해 이윤 창출 모델이 만들어졌다는 점이다. 근래 온라인에서 유통되는 아동성착취물 대다수는 무료지만 극단적이거나 완전히 새로운 착취물(new exploitative materials)을 두고는 금전거래가 이뤄진다. 한국에서 아동성착취물로 금전거래가 활발했던 것은 성착취 정도가 그만큼 심각했음을 의미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마지막은 한국의 아동성착취가 명백한 ‘성별 문제’라는 점이다. 그는 “우리 예상보다 더 많은 여성 범죄자가 있다고 할지라도 대부분의 성착취범은 남성이고 피해자는 여성인 점은 틀림없다”고 설명했다.
르미뇌르 국장은 각국의 처벌 기준 강화를 대책으로 제시했다. 그는 “한 나라의 법이 강화되면, 그들은 처벌이 약한 다른 나라로 이주한다”며 가능한 많은 국가가 범죄자의 도피처가 되지 않도록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온라인 플랫폼들이 아동성착취물은 물론 ‘온라인 그루밍’과 같은 잠재적 범죄까지 포착(detect)해 예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사회가 아이를 대하는 방식만큼 그 사회의 정신을 분명하게 드러내는 것은 없다”는 넬슨 만델라의 말을 인용해 한국 사회가 어떤 정신을 갖고 있는지 보여줄 때라고 촉구했다. 그는 “한국은 이제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선택해야 한다. 성착취범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 아이들의 손을 들어줄 것인가”라며 우리 사회의 자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