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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제 : 끼, 꿈, 깡, 꾀, 꼴, 끈을 모두 넣어 글을 완성하시오.
광고의 본질
초기 경제학에서는 재화의 가치를 노동에서 찾았다. 애덤스미스가 주창한 ‘노동가치설’은 후에 마르크스 경제학의 ‘잉여가치설’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미시경제학의 아버지’ 알프레드 마셜 이후 재화의 가치는 소비자의 수요, 즉 효용에 대한 개인의 믿음과 가치관에 의해 결정된다는 것이 정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같은 노동이 들어간 냉장고라 하더라도 북극에서의 가치와 아프리카에서의 가치가 같을 수는 없다는 것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기업들은 이러한 재화의 특성을 이용하려 한다. 기업은 광고나 마케팅을 통해 개인이 지닌 재화에 대한 가치를 인위적으로 조작한다.
청소년 교복의 광고모델은 모두 아이돌이다. 화려하고 끼 많은 아이돌을 내세운 이유는 재화의 소비를 통해 청소년으로 하여금 아이돌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다는 착각을 유도하기 위해서다. 장 보드리야르는 저서 ‘소비의 사회’에서 현대의 소비는 재화의 실질적 가치 보다는 재화가 보여주고 있는 기호와 이미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지적한다. 기업은 유명 인사를 내세워 그들이 가지고 있는 이미지를 제품에 투영시켜 소비자를 유혹한다. 교양 있는 중년 여배우를 내세운 냉장고의 이미지는 주부들에게 그 제품을 소비하면 그와 같은 교양을 얻을 수 있다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이는 제품의 가치를 더 높게 판단하도록 유도한다.
이러한 특성이 가장 잘 드러난 것이 명품소비다.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심각한 문제다. 연예인 누군가 차고 나왔던 제품이 불티나게 팔려 나갔다는 소식은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연예인과 같은 것을 소비함으로써 그와 같은 상류층의 지위를 얻을 수 있다는 착각 때문이다. 소스타인 베블런은 이를 인간의 계급에 대한 욕구로 설명한다. 계급제의 폐지와 함께 과거와 같은 명확한 신분질서가 사려졌기 때문에 고가의 명품을 통해 신분을 드러내려 한다는 것이다. 계급 욕구가 명품에 대한 집착을 만든다. 상류층에 속하고 싶은 이들은 이에 더욱 집착해 과시적 소비를 통해 신분상승을 꿈꾼다. 수억을 호가하는 외제차를 타고 다니면서 정작 지하 단칸방에 살고 있는 ‘카푸어’는 그렇게 태어났다.
그러나 이제 꿈에서 깨어날 때가 되었다. 외형과 이미지에 집착한 소비 행태는 인간을 더욱 소외시킨다. 기업에 의해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가치'에 목매는 사회는 결국 새로운 계급구조를 만들어 낸다. 소비를 통해 계급을 획득하려는 시도는 결국 기득권과 자본의 논리에 영원히 종속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피에르 부르디외는 ‘구별짓기’에서 상류층의 이미지와 문화에 대비되는 ‘저항문화’에 주목했다. 조선 후기 대중에 유행한 사설시조와 한글 소설은 상류 사회에 대한 조롱과 풍자, 비판을 가능케 했고, 그들로 하여금 기득권의 이데올로기에 저항할 수 있는 힘을 제공했다. 그런데 상류층을 닮고자 하는 소비 행태만 남은 현대사회에는 '저항의 문화'는 사라지고, ‘열등한 문화’만 있을 뿐이다. 기득권과 자본에 맞설 ‘악과 깡’은 사라졌고, ‘위선과 동경’의 문화만 덩그러니 남아 있다.
주류에 편입되려는 욕구를 교묘히 이용한 기업의 마케팅을 경계해야한다. 그들과 닮고자 하는 욕망은 오히려 영원히 그들에 다가갈 수 없게 만든다. 장 보드리야르는 “행복한 때에도, 불행한 때에도 인간이 자신의 상(꼴)과 마주 대하던 장소였던 거울은 사라지고, 그 대신 쇼윈도만 남아있다.”며 과시행위를 통해 자존감을 채우려는 현대인의 모습과 이를 부추기고 있는 자본의 행태를 지적했다. 이 과정에서 현대인의 소외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현대인의 욕구를 조작하는 기업들의 ‘꾀’에 넘어가서는 안 된다. 기업의 마케팅 이면에 숨어있는 모순을 깨닫지 못하면, 현대인을 꽁꽁 묶고 있는 ‘소외’의 끈 속에서 영원히 벗어날 수 없다.
2014년 11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