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매매에 노출된 아이들은 피해자… 처벌 아닌 보호 필요"
2024.09.04  ·   by 크리스

英 법안 개정 주도 사라 챔피언 의원 / 아이들이 車 운전 못하게 하면서도 性에 있어서만 스스로 책임지게 해 / 아이들은 성매매 스스로 결정 못 해 / ‘정상적 행위’ 보는 건 사회의 무책임 / 英선 ‘매매’ 아닌 ‘착취’로 용어 바꿔 / 한국선 성착취 청소년 80%가 가출 / 정부 차원 관심 갖고 대책 마련 절실_영국은 2000년대 초 각종 법안에 등장하는 ‘아동(청소년) 성매매’(child prostitution)라는 용어를 ‘아동 성착취’(child sexual exploitation)로 바꿨다. 청소년 성매매는 아이들의 자주적 판단이 아닌 강요나 학대로 일어난다는 관점을 반영한 것이다. 2009년에는 관련법인 ‘성매매에 연루된 아동의 보호에 대한 지침’도 ‘성적으로 착취된 피해 아동 및 청소년의 보호에 대한 지침’으로 개정했다.

세계일보 취재팀은 10여 년 전 법률 개정을 주도한 사라 챔피언(49) 영국 노동당 의원을 최근 서면으로 인터뷰했다. 그는 “어느 나라든 아이들은 성매매를 동의하거나 결정할 수 없는 것은 마찬가지”라며 “정부 차원의 보호와 관심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19일 챔피언 의원이 보낸 답변서에 의하면 청소년 성착취는 ‘아이들과 성관계를 하기 위해 학대하거나 강요하는 행위’를 뜻한다. 그는 “성매매는 당사자의 자유의지에 의한 경우만 가능한데 아이들은 성매매를 스스로 결정하지 못한다”며 “아이들이 운전이나 재정관리를 하지 못하는 것과 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운전과 같은 부분에 대해서는 아이들이 ‘어리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유독 성에 관해서는 아이들 스스로가 책임지게 하고 있다”며 “성착취에 노출된 아이들에게는 ‘처벌’이 아닌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사라 챔피언 영국 노동당 의원은 최근 세계일보와의 서면 인터뷰에서 “아이들은 성매매를 동의하거나 결정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사라 챔피언 의원 제공

영국에서는 성매매를 단속하지 않는다. 하지만 19세 미만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성착취를 한 경우는 사안이 달라진다. 관련 법에 따라 엄히 처벌하고 있다. 성착취 대상 청소년들도 ‘피해자’로 여겨 사회로 복귀할 수 있도록 전폭적으로 지원하고 있다.

영국도 처음부터 ‘성착취’ 개념이 자리 잡았던 것은 아니다. 2013년 ‘로더럼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면서 본격적으로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 이 사건은 영국 사우스요크셔주 로더럼에서 1997년부터 16년간 11~25세 여성 1400여명이 조직적으로 성적 학대와 성매매를 강요당한 사건이다. 챔피언 의원은 “로더럼의 조직화된 아동 성착취가 알려지면서 영국 사회의 성매매에 대한 인식이 변화했다”며 “피해자들이 평범한 아이들이라는 점이 영국 정부와 시민들을 움직이게 했다”고 설명했다.

챔피언 의원은 한국 현행법이 성매매로 유입되는 청소년들을 ‘문제아’나 사실상의 ‘범죄자’로 취급하고 있다고 보았다. 그는 “아이들을 성매매 범죄자로 보는 것은 그들이 ‘자유 의지’로 성을 팔 것을 선택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이는 사회가 청소년들의 성매매를 ‘정상적인 행위’라고 보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꼬집었다.

영국 이외에도 미국, 유럽 대다수 국가들은 성착취 대상 청소년을 ‘피해자’로 보호한다. 캐나다는 청소년 대상 성매수자를 가중처벌하고 있으며, 스웨덴도 청소년을 상대로 한 성매수자의 처벌 원칙이 확고하다.

유엔은 ‘아동권리협약’에서 ‘아동의 성적 학대를 포함한 성착취로부터 보호받을 권리’(제19조)와 ‘(당사국의) 모든 형태의 성착취와 성적 학대로부터 아동을 보호할 의무’(제34조)를 나란히 규정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유엔 아동권리위원회는 2012년 한국 정부에 “아동권리협약의 전반적인 조항을 이행하는 국내 법규가 불충분하고 한국 법원이 협약을 직접 적용하는 경우가 매우 드물다는 사실에 우려한다”며 “협약의 모든 조항이 판결에 적절히 적용될 수 있도록 조치할 것”을 권고한 바 있다. 챔피언 의원은 “유엔은 한국 정부가 청소년의 계획되지 않은 임신 등을 줄이기 위해 교과 과정을 강화해야 한다고 했다”며 “아동에 대한 성적 착취나 ‘그루밍 성폭력’, ‘안전한 관계’에 대한 제도권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청소년 성착취는 스마트폰 채팅앱을 통해 갈수록 확산하는 추세다. 채팅앱은 청소년에 대한 성착취를 더 쉽게 하는 것은 물론 익명성으로 인한 범죄나 성병 등 각종 감염병의 위험마저 높게 한다. 챔피언 의원은 “한국 정부도 채팅앱을 규제하고 있지만, 규제나 감시를 교묘히 빠져나가는 경우가 많다”며 “채팅앱을 통한 성매매에서 아이들을 보호하는 최선의 방법은 아이들이 채팅앱의 문제점과 위험성을 알고 스스로를 보호하도록 가르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나라도 영국처럼 성착취 개념이 온전히 자리잡을 수 있을까. 챔피언 의원은 먼저 ‘구조’를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에서 성착취를 당한 청소년의 80%는 가출 청소년”이라며 “정부가 청소년의 가출이 성착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인식하고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우리 아이들과 다음 세대를 보호하기 위한 것보다 더 중요한 동기는 없다”며 “한국 정부가 아이들을 성착취로부터 보호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크리스
@yoorak_coffee_roast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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